충주 활옥동굴

김영희 | 기사입력 2021/04/27 [09:49]

충주 활옥동굴

김영희 | 입력 : 2021/04/27 [09:49]

▲ 김영희 시인     ©

"밤에는 별빛 받아 / 해 뜨면 사람을 반기는 / 시원한 동굴 들어가면 / 기분 맑아지는 은은한 옥돌냄새 / 똑 똑 떨어지는 玉水에 / 메마른 가슴 적신다 / 진토에 묻혀도 변하지 않아 / 나라의 보물이던 활옥/ 이 동굴엔 누가 살기에 / 캐내도 캐어도 옥으로 빛나는가"

 

녹음이 짙어가는 4월 꽃들이 연방 피고 진다. 이른 봄부터 피기 시작한 민들레는 벌써 이모작을 꿈꾸며 씨앗이 날아다닌다. 올해는 특별히 인생 5학년 소풍이라 여기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봄의 향기를 누비며 21일 활옥동굴을 다녀왔다.

 

아침 8시 충주 목벌 가는 버스를 타고 반에 도착하니 문 여는 시간이 9시 반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싱그러운 잎사귀들이 햇살에 빛난다. 충주호도 봄물이 들어 더욱 아름답다. 온갖 새들이 사랑을 찾아 지저귀는 소리와 멋진 풍경이 어우러진다. 산책으로 좋아진 기분으로 동굴에 들어가니 4월의 밤온도처럼 신선하고 맑은 공기가 느껴진다. 입구 왼쪽에는 활옥동굴의 역사가 담긴 사진이 걸려있다. 활옥동굴은 한때 100년 동안 활옥, 백옥, 활석 등을 채광하던 광산이다. 한 때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우리나라 산업화의 큰 자취로 남아있다. 활옥동굴에는 500마력 300마력 권양기와 사갱운반차, 채광장, 광산체험장 등 활옥동굴의 역사를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노동력 착취를 당한 광부들의 뼈아픈 발자취도 남아있다.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저임금에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렸을 생각을 하니 숙연해진다. 1930년대 충주활석광산과 함북이원활석광산은 활석 2천톤 가량의 전량을 매년 일본에 수탈되었다고 한다. 아픔의 역사를 생각하면서 들어가니 활석을 채굴하는 광부의 모습이 있다. 잠시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채굴흔적을 들여다보니 상상 이상의 굴이 위아래로 까마득하다.

 

활석 활용은 고대 신석기 시대부터 활석 부스러기로 토기의 재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충주활석(곱돌)은 약재로 왕실과 국가기관에 진상되었다고 한다. 또한 화장품, 공예품, 생활용품 등 약재로도 쓰였다. 곱돌은 친구들과 어릴 때 공기돌 만들어 놀던 하얀 추억의 돌이다. 마당에서 사방치기 할 때 금을 긋는 돌로도 사용했다. 만지면 손에 하얗게 묻었다. 언니들은 곱돌로 얼굴에 분을 바르기도 했다.

 

청정연못에서 떼지어 노는 물고기를 반가워하니 물고기도 다가온다. 동굴 한 쪽에 시낭송을

 

한 무대를 보며 반가움에 나 홀로 애송시 낭송을 해 본다. 맞은편에는 야광 벽화가 화려하다. 해양세계 빛의 공간에서는 우주 어디쯤 별의 틈바구니에 머물러 잠시 여행하는 것 같아서 바깥 세상을 잊게 한다. 다음은 투명보트를 탔다. 천장과 바닥, 보이는 게 다 바위뿐인 동굴보트장에서 보트에 올랐다. 천장엔 돌의 신비한 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노를 저어본 일이 없다 보니 보트가 비뚤배뚤 가지만 재미있다. 마치 연습 없이 사는 인생 같다. 두 번째 저을 때는 노 젓는 게 무난해진다. 그래서 백 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게 낫고 백 번 보는 것 보다 한 번 해보는 게 나은 것을 경험을 통해 얻는다. 다른 보트와 부딪히지 않으려면 간격을 두어야 한다. 다른 사람은 둘이 타는데 나는 혼자 타니 사진 남기기가 어렵다. 보트는 다음에 또 타고 싶다. 보트에서 내려 다시 둘러본다. 특별한 이 냄새가 뭐지 하면서 가니 수경재배 하는 곳이다. 그 곳에서 고추냉이를 이식하고 있다. 고추냉이 이파리를 처음 보고 코를 벌름거리자 잎을 주며 맛보라 한다. 맛은 쌉싸름 하고 살짝 쏘는 맛이 고추냉이 맛이다. 조금 안쪽에는 표고버섯도 크고 있다. 한쪽에는 와인 저장고와 숙성와인 카페도 있다. 어디든 사람이 머무는 흔적은 갈수록 놀랍다. 동굴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녹음이 더욱 눈부시다. 들어오는 입구 길목에는 활석채굴에 쓰였던 기계가 전시 돼 있다. 입구 위쪽에는 사용하던 옛 사무실이 있다. 이왕 간 김에 꼭대기 마을까지 걸어보고 싶었으나 다음으로 미루었다. 동굴은 멀게만 보였었는데 활옥동굴이 가까이에 있어서 참 좋다. 금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옥이 신성시 여기던 최고의 보석이었다.

 

하루 이틀쯤 활옥동굴을 관람하고 주변 종댕이길 비내섬을 걷고 충주풍경길 드라이브를 하면 멋진 여행코스가 될 것이다. 앞으로 활옥동굴이 아름다운 관광자원으로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해본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포토뉴스
조길형 충주시장, 2024년 갑진년 새해 충혼탑 참배
1/19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