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하늘에 뜬 보름달이 너무나 크고 밝아 도무지 집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한참을 테라스 벤치에 앉아 달구경을 했다. 계속 바라보다 보니 빨려 들어갈 정도로 가깝고 환상적인 느낌마저 들어 황홀했다. 그 밤은 왠지 졸리지도 않았다.
달의 이름은 보름달이라 하지 않고 슈퍼문이라고 했다.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니 얼마나 가까워진 걸까? 달의 궤도는 동그란 원이 아니라 타원형이라고 한다. 그래서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달라지는 것이고, 달이 보름달일 경우 근지점에 가까울 때 슈퍼문이 되고 반대로 원지점이 가까울 때 미니문이 된다고 한다.
달과 지구의 거리는 384,000km인데, 슈퍼문이 될 때는 356,000km 정도로 가까워질 때란다. 밝기의 차이도 30%나 더 밝아 보이고, 크기도 14%나 더 크게 보인다고 한다.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밤, 혼자서 앉아 바라보는 달빛이 아까워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달 좀 보라고 했다. 예전 같으면 잠시도 떨어져 지내지 않았는데 요즘은 경기가 어려운 탓도 있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의욕 때문인지 밤낮 일하느라 하늘도 올려다보지 않고, 출퇴근도 일정치가 않다.
“오, 진짜 크고 밝다”. “진짜 크고 예쁘지?”. 그리고 서로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전화기를 귀에 댄 채 그저 달에 빠져 각자 무언가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오래전부터 신비스럽게 여긴 달. 옛말에는 슈퍼문을 보면 사람들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쳐서 불안이나 흥분감이 생기고 사람들이 격해진다고 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없지만 옛사람들은 뭔가 자연이 변화하면 좋지 않다고 여긴 듯하다.
반대로 생각하는 나라들도 있는데, 달이 크게 뜨면 풍요와 번영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슈퍼문을 보고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리고 달의 주기가 여성들의 생리, 즉 월경주기와 비슷한 28일 주기라고 해서 슈퍼문이 뜰 때는 여성들의 감정에 더 큰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이렇게 재미있는 속설이 많은 걸 보면 슈퍼문은 사람들에게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우주의 신비로움을 가득 담은 아주 큰 달 같다.
슈퍼문이 뜬 아름다운 밤, 그러고 보니 시집 두 권을 내면서도 보름달에 대한 시가 없다는 것을 그제 사 알았다. 초승달, 눈썹달에 대한 시는 주야장천 썼는데 어째서 보름달에 대한 시 한 수가 없었을까? 아마도 완벽함보다 아쉽고 부족한 듯한 모양새에 마음이 더 간 모양이다.
내 시가 없으니 대신 이해인 시인님의 ‘보름달에게’ 시가 생각났다.
「당신이 있어 추운 날에도 따듯했고 바람 부는 날에도 중심을 잡았습니다. 슬픔 중에도 웃을 수 있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각이 진 내가 당신을 닮으려고 노력한 세월의 산물로 나도 이제 보름달이 되었네요. 사람들이 모두 다 보름달로 보이는 이 눈부신 기적을 당신께 바칠게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
이 시를 쓴 당시, 이해인 시인님이 본 달도 슈퍼문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너무나 눈에 들어오는 큰 달을 보고 참지 못하고 마음을 다해 쓴 시였을 것 같다. 아니다. 보름달은 슈퍼문이든 보통의 보름달이든 그냥 우리들에게 사랑의 마음이라는 선물을 안겨 주는 것 같다. 그래서 각이 진 내가 보름달처럼 둥근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날, 달이 그렇게 빛나던 밤, 끊었던 전화를 다시 들었다. 그리고 난생처음 “나도 슈퍼문처럼 둥글고 아주 환한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그에게 말했다. <저작권자 ⓒ 충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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