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임에서 단체로 백두산에 다녀왔다. 3년 전에 가려던 것이 코로나가 터지는 이유로 무산되었었다. 백두산 탐방 소식은 설렘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한 살이라도 젊어 다녀와야 한다고 이구동성이다. 출발 전까지 여행 가방을 몇 번이나 점검 또 점검했다. 스틱을 챙기고 우산과 우비를 챙겨 넣었다 뺐다를 하다가 스틱만 빼냈다. 잘한 일인 거 같기도 하면서 은근 걱정도 앞섰다. 정말 백두산 정상은 볼 수가 있으려나?
청주에서 연길까지 가는 직항을 타고 일행은 드디어 연길 공항에 도착했다. 아무래도 중국은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으니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일행은 앞에 바라다보이는 북한 땅을 가로질러 흐르는 두만강을 코앞에서 바라다 보니 맘이 먹먹했다. 연길의 거리에 한글로 가득한 상가들의 간판이 이색적이다. 4박 5일 중 둘째 날은 서파 셋째 날엔 북파로 천지를 만나러 간다. 서파로 오르는 백두산 천지와의 만남은 기적이었다. 서파 북파를 통하는 천지의 길은 마치 우리를 기다리기나 했었던 것처럼 오르내리는 길 문을 훤히 열어 주었다. 다녀온 지인들의 말을 빌리면 올라갈 때는 날씨가 좋았는데 막상 올라가 보니 때아닌 비구름이 몰려와서 천지를 못보고 내내 아쉬움을 남겼다는 후일담이 머릿속에 가득했었다. 우리 일행은 이틀 내내 장엄한 천지를 보고 사진으로 담아올 수 있었다. 장엄함과 신비로움은 그 자체였다. 2749m 백두산 정상을 오르는 길 서파 쪽엔 1470계단이 있다. 한 계단 시작으로 마지막 계단을 오르며 고산지대라서 그럴까? 오르는 길 주변엔 고산 화원처럼 꽃들이 지천으로 피웠다. 셔틀버스로 오르고 내려오는 길엔 자작나무가 가로수처럼 펼쳐있어서 자작자작 귓전에 울림으로 남은 듯하다. 아름답고 멋진 풍경화처럼 백두산의 풍경들이 내 눈 안에서 바쁘게 스쳐 지나갔다. 정상에서 인산인해 속에 모두가 인증을 남기려고 길게 서 있는 줄 속에 포함된 이들의 표정에는 궁금함과 행복함이 가득 담겨 보였다. 기다림이란 인내에 부족했던 나로선 명당자리라는 그곳에서 조금 벗어난 위치에서 맘껏 음미하면서 볼 수 있었던 백두산 천지의 풍경을 한가득 담아왔다.
저 멀리 푸른 물속으로 뭉게구름이 헤엄치고 난 그 모습에 반해 부지런히 셀카를 누르고 또 눌렀다. 안개가 몰려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을 순간순간 바라보면서 이런 모습이 신비로움이라 했던가? 가만히 눈감고 천지를 불러본다. 아직도 생생하다. 여행 일정 중에 여유롭게 다녀온 윤동주 시인의 생가도 인상 깊었다.
가곡 ‘선구자’ 가사에 나온 일송정 해란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음에 깊은 감명도 받았다. 오늘도 그날을 회상하며 행복감에 젖는다. 함께 갔던 지인들과의 추억도 추억이지만 가득 눈에 담아 온 백두산 천지를 또 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공감하며 생각지도 못하고 사는 이웃에 비한다면 내겐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여행이란 살아가는 이유 중에 하나로 손꼽아본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 지내다 보면 가끔은 새로움을 갈구한다. 이럴 때 여행은 새로운 매개체로 삶에 또 다른 힘을 충전해 줄 때 행복지수가 높아짐을 느낀다.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지수는 다르지만 적어도 내겐 여행이 행복지수를 올리는데 한몫을 한다. 하루가 소풍 같은 날도 있고 그런 하루가 반복될 때 가끔은 누군가 겪어보지 않은 그런 하루가 궁금해진다. 그런 하루가 어쩌면 내겐 여행의 시작이고 싶다. <저작권자 ⓒ 충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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