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다는 뜻은 ‘정이 많다’ 또는 ‘정분이 두텁다’라고 국어사전에 등록되어 있다. 한국문화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정’문화로 ‘밥 먹었어?’라는 인사가 있다. 인사치레 같긴 하지만 우리의 부모님 세대를 봐서도 그렇고 진심이 담긴 말임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인사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며칠 전 충주 노은문학회에서 초청문학강연을 개최하였는데, 강연에 초빙되어 오신 분이 그 유명한 함민복 시인이다. 노은 어울림센터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이 흥분된 것은 내가 풋내기 작가라서도 그렇고 무엇보다 그의 시는 가슴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 시들투성이라 그런 것 같다.
충주가 고향인 함민복 시인을 만나러 가는 내내 떠오른 ‘밥’.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해보진 않았지만, 함 시인님의 시를 읽노라면 꼭 나와 나의 어머니 그리고 그 시절 우리의 어머니들이 그러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눈물이 난다.
우선 비가 자주 오긴 하지만 오월의 푸르름 속에 함 시인님의 ‘긍정적인 밥’ 시를 먼저 감상해 보자.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또 함 시인님의 대표작인 산문시 ‘눈물은 왜 짠가’는 전문이 긴 탓에 지면상 다 올리지 못하지만 요약한다면, 설렁탕집에서 어머니가 국물에 소금을 많이 넣은 탓을 하며 국물을 더 달라고 하고 주인장은 국물을 더 가져다 부어주고, 어머니는 주인장 안 보게 국물을 아들에게 따라 준다. 투가리가 툭 부딪히는 소리가 서럽게 들린 시인, 주인장은 모자가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게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가는데, 시인은 참았던 눈물을 찔금 흘리고 말았다는 내용이다.
마지막 짧은 시 한 편 ‘나를 위로하며’를 소개해 본다. <삐뚤삐뚤 날면서도 꽃송이 찾아 앉는 나비를 보라 마음아>
요즘 너도나도 살기 힘들다는 탄성을 많이 듣게 된다. 코로나 이후 여파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기후 이상 등등으로 상황이 매우 안 좋다. 그로 인해 타인을 위로할 겨를도 없고, 더욱이 나를 위로할 여유는 더 없는 현실이다.
함 시인님의 시, ‘긍정적인 밥’과 ‘눈물은 왜 짠가’는 시대적 배경과 함께 가난하지만 사람 사이에 계산할 수 없는 정이 담뿍 느껴져 애틋하고도 슬프다. 요즘은 어떤가? 많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 살고는 있지만, 그만큼의 관심과 정이 살아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시에서 ‘~마음아’는 자기 자신을 다독이고 잘하고 있다고 위로해주는 모습이니만큼 힘든 현 사회에 경제적 문제든 취업 문제든 힘든 사랑이든, 오늘부터 우리도 용기를 내보자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 서로 정을 나누어 보자. 밥 한번 먹자고 말한 사람이 있다면 당장 해장국이라도 먹는 날을 잡아보자. 그렇게 다정하게 살아보자. <저작권자 ⓒ 충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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