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수선하면 사람들은 지구에 종말이 다가왔다고 이야기한다. 그 종말을 운운하는 것 중 하나로, 몇 년 전부터 벌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길가에 무수히 피어난 꽃들을 두고 윙윙대던 벌들은 어디로 간 걸까? 그러고 보니 꽃 구경을 할 때면 벌들이 신경 쓰였던 것 같은데 요즘은 예전만큼 벌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신기한 것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오늘은 선사시대 때의 벽화에서 벌이 만들어 놓은 꿀을 채집하는 모습이 발견된 것을 상기해 본다. 스페인의 한 동굴에서 발견되었다는 그 벽화는 8,00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본격적인 양봉의 역사는 5,000년 전부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하는데, 양봉법에 대한 기록 문자도 고대 이집트의 신전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급격히 약 70억 마리의 꿀벌이 증발했다는 소식과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우리 인간에게 남은 시간은 4년뿐이라는 말도 나돈다. 이 내용의 출처를 두고 아인슈타인의 말이냐 아니냐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실질적으로 누구의 이론이든 인간에게 꿀벌로 인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우리가 소비하는 식물의 80%의 수분을 담당하는 꿀벌의 소멸은 식량 생산 부족과 직결한다. 전 세계의 식물의 90%가 열매를 맺는 데 매개 역할을 하고, 2017년 유엔이 5월 20일을 ‘세계 꿀벌의 날’을 지정한 것도 멸종의 위기에 놓인 꿀벌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이렇게나 중요한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은 무엇 때문일까? 그 원인으로는 살충제 사용과 기상변동으로 인한 폭염과 냉해, 그리고 특정 병이나 잘못된 양봉법, 대량 생산을 위한 농업 방식 등의 이유를 든다.
서유럽 지역에서는 ‘꿀벌과 말하기’가 오래된 풍습이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방문했던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가 서거했을 때도 궁 안의 양봉가 ‘존 채플’은 버킹엄궁에서 기르던 꿀벌들에게 여왕의 서거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이것은 영국의 왕실에서 전통으로 이어져 오는 것 중 하나인데, 특별히 엘리자베스 여왕은 꿀벌 애호가였기도 했다고 한다. 양봉가 ‘존 채플’은 벌통에 검은 리본을 하나하나 달고, 통을 살살 두드리며 새 주인인 찰스 3세가 잘 돌봐줄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결혼식에 꿀벌을 초대해 부부의 행운을 빌거나 사후 세계를 연결하는 메신저로 죽은 사람의 영혼이 꿀벌로 나타난다는 미신 같은 이야기도 있다. 심지어는 꿀벌이 죽었을 때 애도의 시간을 가질 만큼 사람들에게 매우 소중한 꿀벌이, 비단 유럽에서만 소중한 것이 아님을 우리도 잘 알 수 있다. 약으로 쓰고, 음식으로도 쓰며 화장품으로도 사용되는 꿀은 앞서 말한 대로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꿀벌의 활약으로 인한 결과물임을 알 수 있다.
인간과 절대적인 관계에 있는 곤충, 오래전부터 세상에 조화의 상징으로 알려진 꿀벌. 곧 다가올 한여름날에 꽃들 사이를 날갯짓하는 그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래 본다. 책 ‘꿀벌과 천둥’에, 환한 들판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꿀벌은 세상을 축복하는 음표라고 했던가. <저작권자 ⓒ 충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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