짹짹짹짹.
오늘 아침에도 참새가 운다. 늘 가까이에서 들리는 소리다. 가까이 있는 만큼 무관심한, 일상의 소리로만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참새 또한 지난 세기의 모진 삶을 함께 겪었으니, 오늘은 그 참새의 20세기 수난사를 살펴보기로 한다.
참새의 원죄
<파리와 참새> 또는 <참새와 파리>라는 우화가 있다. 파리를 잡아먹으려는 참새와 그것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파리. 그 둘은 결국 검님의 판단에 운명을 맡기기로 하여 하루는 검님을 찾아갔다. 각자가 자신들의 삶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진행된 자기 변론 끝에 검님은 판결을 내렸다. 인간들이 피땀흘려 지어놓은 농사에 해를 끼치는 참새의 죄상이, 인간들의 음식상에 먼저 손댄 파리보다 크다는 것이었다. 결국 참새는 검님으로부터 종아리를 맞고 그 벌의 흔적으로 깡똥깡똥 뛰어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반면 파리는 참새의 종아리타작을 보고는 검님께 싹싹 빌던 행위가 그대로 남아 앞발을 두손 모아 빌 듯이 싹싹 부비는 것이 여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얘기다.
참새의 등장
우리 역사에 참새의 등장은 <삼국유사>에서 만나볼 수 있다. 659년에 백제의 멸망을 암시하며 이어지는 여러 가지 흉조의 하나로, 그 해 4월에 태자궁의 암탉이 작은 참새와 교미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766년 신라 혜공왕(惠恭王) 때에 각간(角干) 대공(大恭)의 집 배나무에 참새가 셀 수 없이 많이 모여드는 현상이 있었는데, 천하에 커다란 병란이 일어날 징조로 해석하고 있다. 불길한 일의 전조, 또는 징조로 조금씩 기록되어 나타나는 참새. 그처럼 사람 가까이에서 일상의 뭔가를 판단하는 예언적인 기능을 갖기도 했었다.
참새의 대량 포획
1910년이 지나며 참새의 대량 포획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1912년 4월 10일자 매일신보에 실린 <충남의 포작(捕雀) 장려>라는 기사에는, 충청남도 도청에서 집집마다 참새 10마리씩을 잡아 바치라고 했고, 그 결과 회덕군에서는 3,455수, 은진군에서는 4천 마리를 잡았다는 것을 시작으로, 8월 7일자 <여주(驪州)의 포작수(捕雀數)>에는 6월 중 여주군에서는 어미참새 513마리, 참새새끼 25,548마리, 참새알 29,383개를 구제(驅除)하였다는 기사가 이어진다.
이것이 해를 지나며 1915년에 전라북도의 연중 참새 포획 실적이 어미새 1,659,000마리, 새끼참새 148,000여 마리, 참새알 92,000개로 <참새 160만>이란 제목으로 올라오고, 1916년에는 충북에서 5~6월 두달 간 잡은 참새 수가 보고가 오지 않은 충주군의 약 10만 수를 더하면 120~130만 마리가 될 것이라는 것과, 1917년의 경기도에서 포획 수는 300여만 마리에 가격으로 22만원에 달한다는 기록적인 수치들이 매년 갱신되고 있다.
참새잡기 대회
참새를 잡기 위해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상품을 지급하는 것으로 경쟁을 유도하기도 했다. 1923년에 소개된 전라북도의 예를 보면, 큰 새 한 마리에 8리(厘), 새끼새 한 마리에 4리, 알 한 개에 2리를 표준으로 총 1,490,500여 마리를 잡아 한 면에 평균 8,100마리로 182개 면에 평균 12,870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하였다. 전북에서 매년 가을 새쫓는 일을 전업으로 하는 인원이 12만명에 달하는 것에 비해 참새를 잡는 것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논리이다. 그리고 대회를 통해 1등에 해당하는 경우에 도급기(稻扱器), 즉 탈곡기를 경품으로 시상하는 예가 많이 보인다. 잡은 참새의 수량 집계 방법은 참새 다리를 제출하여 그 숫자로 포획 여부와 진위를 가려 성적을 냈다고 한다.
참새 피해액의 환산
참새가 1년 동안 먹는 곡식, 즉 피해 정도를 표현하기를 만석군 부자 55명이 매년 사라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환산하는 공식(公式)을 만들어 일반에 전파하였고, 그 수치에 의한 참새의 피해액을 환산하기도 했다. 참새기사(技師)라는 별명을 듣는다는 안수차(岸秀次;키시슈우지)의 1913년도 연구 발표에 의한 <작해액산출법(雀害額算出法)>에 의하면, 한 마을에 대한 피해액 산출 공식이 있다. 즉,
① 리동의 총호수 × 3 = 그 리동의 참새집 총수
② 참새집 수 × 15 = 1년간 번식 참새 총수
③ 참새집 수 × 2 = 어미참새 수
④ 새끼참새 총수 + 어미참새 총수 = 그 리동의 참새 총수
⑤ 참새 총수 × 4홉(合) = 참새가 먹는 벼의 총량
⑥ 벼의 총량 × 시가 = 연간 참새로 인한 곡식 피해금액
이러한 방법으로 산출한 금액이 8,262,000원으로, 수량은 550,800석, 그래서 만석군 55명이 매년 사라진다는 얘기다. 이런 계산법에 의해 참새는 적이 되었고, 구제 박멸의 대상이 되어 경쟁적인 참새 포획이 정책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불쌍한 참새
참새가 구제 박멸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우박, 폭풍우의 피해자로 등장하기도 한다. ‘1921년 9월 2일 오후, 함경남도 신흥군(新興郡) 원평(元平)장 부근에서 주먹같은 우박이 쏟아져 농작물에 큰 해가 생기고 우박이 하도 크므로 참새까지 맞아죽었다’는 기사를 시작으로 이후 우박, 폭풍 피해의 피해자로 미물인 참새까지 맞아죽었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때로는 흉년든 곳에는 참새도 줄었다는 농사 형편에 따른 참새의 이동을 다른 형태의 지표로 등장시키기도 한다.
조선 참새는 조선 참새
때로는 비유적으로 우리 민족의 상징처럼 표현되기도 했다. 즉, ‘인정풍속과 토지에 따라 각국의 말도 다 틀리다’는 전제에서 시계ㆍ닭ㆍ참새ㆍ까치ㆍ갓난아이 우는 소리ㆍ개ㆍ고양이ㆍ돼지ㆍ물방울ㆍ북소리 등 일상의 주변에서 쉽게 들리는 소리에 대한 각국의 표현을 소개한 기사가 있다.
○ … 참새 소리
조선 사람은 ‘짹짹’, 중국 사람은 ‘챳챳’, 인도 사람은 ‘퀴퀴~’, 일본 사람은 ‘퓨~퓨~’, 영국 사람과 미국 사람은 ‘쮯다~’라고 합니다.
주변의 소리를 표현한 예에서 각 민족별 차이점, 나아가 민족성을 표현한 방법으로 이해되는데, 여기에서 조선 참새 소리는 조선 사람 고유의 음색을 가진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일제의 강점에 의해 식민지화된 조선에서 참새 역시 구제ㆍ박멸 대상으로 수난을 당했었다. 목적의 하나로 분명한 이유는 식량생산기지로서의 식민지 조선에 대한 경영 수단으로써 참새의 박멸은 곧 식량 허비를 막는 방편이었던 것이다. 해조(害鳥)로 규정해 무차별적인 포획을 장려한 동시에, 한 때 참새가 없어지는 동시에 그에 못잖은 충해(蟲害)가 발생하므로 익조(益鳥)로 인식하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참새 잡는 방법을 ‘신전술(新戰術)’이라 표현하여 전쟁으로까지 승화시킨 것이 20세기 전반기 식민지 조선에서 겪어야 했던 참새 수난의 대표적인 경우라 하겠다.
참새구이와 포장마차의 기억
해방이 되고 누런 가을 들판, 시커먼 먹장구름처럼 하늘을 메우며 날아다니는 참새. 그렇더라도 그것을 마구잡이로 포획하는 일은 줄어들었다. 허수아비를 세워 눈속임하거나, 온갖 소리를 낼 수 있는 두드릴 것들을 들고 들에 나가 쫓는 일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그 중에 별미인 참새구이에 대한 맛은 기억되고 소비되어 일정한 참새가 매년 포획됐다. 1970년 12월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개정을 두고 산림청에서 제시한 1969년도의 조류 포획수는 14만여 마리. 다만, 연간 전국의 참새집에서 희생되는 참새는 가짜를 빼고도 수십만 마리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개 도 단위에서 수백만 마리를 잡던 예전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수이지만, 적잖은 수이기도 하다.
1972년 8월 1일부터 1978년 12월 31일까지 2차에 걸친 금렵조치가 있었다. 이때 참새는 법적으로 보호를 받았었다. 그러나 1978년 10월 17일, 금렵조치가 일부 해제되어 참새를 잡고 참새구이를 팔도록 허용했다. 그로 인해 전국적으로 참새구이집이 성행했고, 또는 포장마차의 주력 메뉴로 팔리면서 성업을 이뤘다. 그것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끝내고 포장마차에 대한 일제 단속, 철거 열풍이 일면서 참새구이를 파는 공간이 감소하게 되었다. 참새에 대한 20세기의 수난이 줄어들며,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된 것이다. <저작권자 ⓒ 충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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