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마스크 시대

김영희 | 기사입력 2020/09/01 [11:02]

지금은 마스크 시대

김영희 | 입력 : 2020/09/01 [11:02]

▲ 김영희 시인     ©

구월이 보름달을 안으며 문을 활짝 열었다. 먹구름을 쏟아낸 하늘이 흰구름 사이로 더욱 푸르다. 지구의 일들과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달무리는 보시시 발그레 피어난다.

 

코로나 감옥 구개월에 접어든다. 지붕 없는 감옥이 이런 거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이제는 전 국민이 마스크 안 쓴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마스크 안 쓴 사람에게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린다. 마스크를 안 쓰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없다. 밖에 나가 걸어 다니기도 어렵다. 아무리 반가워도 적당한 간격을 두고 만나니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조심스럽고 어색해진다. 어쩌다 깜빡하고 마스크를 잊고 집을 나오면 난감하다. 다시 들어가 마스크를 가지고 나오던가 아니면 마스크를 사러 한참 다녀야한다. 마스크는 요즘 필수다.

 

어느 날 허둥지둥 하다 보니 마스크를 쓰지 않고 버스를 탄 적이 있다. 그러자 기사가 마스크 쓰세요 한다. 나는 아차 싶어 깜빡했네요 하면서 버스에서 내렸다. 그러자 버스기사가 다시 타세요 한다. 어리둥절하면서 버스에 오르자 예비마스크를 하나 준다. 정말 고마운 버스기사다. 그런 날은 운이 좋은 날이다. 어떤 날은 마스크가 나도 모르게 코밑으로 슬금슬금 내려온다. 그러면 어떤 기사는 마스크 똑바로 쓰세요 큰 소리로 말한다.

 

며칠 전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날씨가 하도 더워 마스크를 어설프게 쓴 채 버스를 탔다고 한다. 그러자 기사가 마스크 똑바로 쓰라고 호통을 쳐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될 것을 마치 혼내는 듯 한 말투가 안 좋았다는 것이다. 버스기사도 승객도 어려운 요즘이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배려가 더욱 필요해진다. 날씨가 덥다보니 어떤 사람은 코만 가리는 사람도 있다. 내 친구는 마스크를 액서리 처럼 목에 걸고 다닌다. 마스크 없이 다닐 수 없는 요즘은 마스크 패션시대가 되었다. 목에 걸고 다니면 잊어버릴 염려는 없을 것이다. 목에 거는 마스크는 만원이 넘는 스카프 가격이지만 여성들이 주로 찾는다. 어떤 사람은 마스크를 두개 써서 손 안대고 음료를 마시는 사람도 있다. 마스크 입 부분에 뚜껑을 달아 열고 닫고 먹는 재미있는 마스크 풍경도 있다. 요즘은 이처럼 손 안대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마스크가 있다. 색깔도 살색 마스크까지 다양하다. 살색 마스크 한 사람이 멀리서 걸어오면 얼굴에 눈만 있는 사람 같다.

 

지금은 마스크 시대라, 산에도 길에도 마스크 쓰레기가 자주 눈에 띈다. 마스크 쓰레기는 애처롭기까지 하다.

 

나는 코로나19가 오기 전에도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자주 쓰고 다녔다. 안개는 미세먼지에 밀려 안개 이름이 뿌옇다. 미세먼지는 코로나19에 밀려 이름이 미세해지는가.

 

요즘은 세 살배기 아이도 마스크를 써야 밖에 나가는 걸로 안다.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자, 개인 간 방역수칙의 제1항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어긴 사람에 대한 마스크 벌금도 생겼다. 또한 마스크 파파라치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아무리 더워 땀이 흘러도 마스크는 올바로 써야한다.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려쓰거나 반으로 접어 코만 달랑 가리거나 귀고리처럼 귀에 길게 걸고 다니면 누군가에게 걸릴 수 있다.

 

억수 장마가 지고 거센 태풍이 연거푸 와도 끄떡없는 코로나19다. 단풍도 들기 전인데 잎사귀들이 멍들어 후드득 떨어진다.

 

9월 첫주는 마이삭 태풍이 긴장하게 한다.

 

경자년은 코로나19와 폭우에 태풍까지 참으로 힘든 해이다. 이럴수록 다 같이 협조하고 힘내서 서로 격려하며 건강을 지킬 때이다.

 

국민이 건강해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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