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성벽의 도시

이대훈 | 기사입력 2019/01/04 [09:09]

아파트 성벽의 도시

이대훈 | 입력 : 2019/01/04 [09:09]

▲ 이대훈 청소년을 위한 미래설계연구소장     ©

새해를 맞아 해돋이도 볼 겸 신선한 바람이라도 쐬려고 계명산자락에 올랐던 필자는 시내 일원을 바라보는 순간 참으로 놀라운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것은 충주 시내가 거대한 아파트로 이어진 성벽에 갇힌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북쪽으로는 금릉초등학교 근처에서부터 시작된 고층 아파트군이 시 외곽을 돌아나가는 금봉대로를 따라 끊임없이 이어져 남산 기슭 일대와 호암대로를 거쳐 공영버스터미널에 이르기까지 충주 시내를 둘러싸듯 이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시내 한복판에도 크고 작은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었지만 이렇게 시내를 에워싸듯 거대한 아파트군이 지어진 것을 보고 있노라니 숨이 콱 막히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충주를 이야기할 때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말 그대로 깨끗하고 맑은 고장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청풍명월의 도시 충주가 이젠 시멘트로 지은 거대한 아파트군으로 둘러싸여 몸살을 앓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충주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다. 계명산 남산 대림산 등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시가지를 감싸고 돌아나가는 남한강과 달천강과 함께 시내에 맑고 깨끗한 공기를 순환시켜줘서 사람들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다. 특히 달천 방향에서 충주 시내를 바라보면 시내 뒤쪽으로는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그 가운데 시가지가 있으며 시내 앞쪽으로는 달천평야가 펼쳐져 있어 언제나 시원한 공기의 흐름이 있으며, 목행리 쪽에서는 남한강이 또 그 아래쪽으로는 달천강이 흘러 시내에 적당한 수분을 공급해 줘 말 그대로 배산임수(背山臨水)의 고장임을 나타내주고 있다. 그런데 이젠 이런 공기의 흐름이 거대한 아파트 건물에 막혀버린 것 같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실제로 아파트에 둘러싸인 주택의 경우 공기의 흐름이 약해 여름엔 무덥고 겨울엔 시멘콘크리트 사이로 흐르는 바람 때문에 더욱 춥게 느껴진다. 하물며 도시 주변을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막고 있으면 도시 전체의 공기의 흐름이 변할 것이고, 이것은 곧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지 않아도 지금 우리나라는 중국과 서울 등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아파트군 때문에 공기가 탁해지고 또 주변의 아름다운 산을 볼 수 있는 스카이라인이 침해되어서야 어떻게 청풍명월의 도시라 할 수 있겠는가! 그나마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까지는 중간 중간 트여진 공간이 있어 신선한 공기의 흐름이 조금씩 있다는 점이다. 시청 도시계획부서에서는 이점 심각하게 고려해 시 외곽을 둘러싸는 아파트의 건설은 더 이상 허락하지 말고 시 전체의 건설도 시민들이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간의 삶 위주로 계획된 녹색 친환경 도시를 조성하도록 힘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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