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이 필요해요
천지경
손님이 없어 죽을 지경이라는 옷가게 선배 장례식장에 근무한다는 내 귀에 대고 목 매달 때 사용했다는 끈 말이야 그 끈이 가게에 있으면 그렇게 장사가 잘된다고 하네 나 그것 좀 구해주면 안 될까?
메스컴의 자살은 기사화된 단, 몇 건에 불과 할 뿐 장례식장에 들어오는 사인은 절반이 자살 독거노인의 음독은 자식들이 쉬,쉿 우울증에 죽음은 형제들이 쉬, 쉿 성적 비관의 투신에는 부모들이 쉬,쉿
목맸던 끈 가게에 두면 불티나게 팔린다는 말 맞는 말 같네요 저 끈으로 목을 매 달리라!는 심정으로 일을 하면 성공 못할 일 뭐가 있을까요? 쉬, 쉿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그 끈을 훔쳐다 드릴 테니 죽겠다는 생각은 제발 하지 마세요.
*천지경(1963~ ) 본명 천성자 1963년 경남 진주출생, 2006년 근로자문학제 수상, 2009년 《불교문예》 신인상 등단 현재 진주 중앙병원 장례식장 근무
눈치 챘겠지만 천지경 시인은 장례식장에 근무합니다. 2018년 ‘울음바이러스’란 시집을 출판하고 올봄 5월 울음바이러스가 넘치는 코로나시대에 걸맞게 2쇄 출판을 하였습니다. 시집 초판만 다 팔려도 대단한 일인데, 2쇄를 찍었으니 첫 시집으론 꽤나 성공한 시인입니다.
시인은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면서 자살한 잡귀신의 옷자락을 뿌리치고 스스로 시마(詩魔)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무당이 굿을 하듯 천연덕스럽게 작위성이 농후한 직설을 쏟아냅니다. 찡하고 울컥하는 본인의 감정에 시치미를 뚝 떼며, 독자들 감정을 찡하고 울컥하게 만드는 신기(神技)를 발휘합니다. ‘목을 맨 끈’을 비유로 죽음과 희망의 인과성을 부여합니다.
“메스컴의 자살은 기사화된 단, 몇 건에 불과 할 뿐 / 장례식장에 들어오는 사인은 절반이 자살 / 독거노인의 음독은 자식들이 쉬, 쉿 / 우울증에 죽음은 형제들이 쉬, 쉿 / 성적 비관의 투신에는 부모들이 쉬, 쉿 // 목맸던 끈 가게에 두면 불티나게 팔린다는 말 / 맞는 말 같네요 / 저 끈으로 목을 매 달리라!는 심정으로 일을 하면 / 성공 못할 일 뭐가 있을까요? 쉬, 쉿”
매일 숨 가쁘게 살면서 죽음이 일상이었을 시인을 생각합니다. 시집 곳곳에선 신의 옷자락을 잡고 불심을 채우면서 결코 텅 비지 않는 시간, 오직 가정과 자식을 위해 버텨온 시인의 오기와 배짱이 묻어납니다. ‘우리는 아직 살아있다. 죽기로 작정하면 못할 것이 뭐 있냐’고 다독이며 눙치며 독자를 가르칩니다.
코로나와가 죽음을 데리고 일상의 근처를 어슬렁거렸습니다. ‘울음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일이 생길까 두려움과 긴장으로 어깨끈이 물어뜯기고 있습니다. 몇 편의 시(詩)의 끝 행을 옮겨봅니다. 도움이 되길 바라며 성에 차지 않는 분은 시집을 읽어보길 바랍니다.
“사뿟사뿟 따라간다 / 다정한 귀신들이 나를 먹여살린다 / 나 어디 가서 싱싱한 간을 찾아 인간이 되지? / 관세음보살 /울음바이러스는 생명이 짧다 / 터벅터벅 몰려가는 장화 신은 여자들 / 24시 망한 언니 / 밥 묵고하자 /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나는 혹시 전생이 화냥년?/ 너 이 세상에 어떻게 왔니? / 할 말이 없다 / 그러니까 평소에 좀 잘하지 인간아 / 뭔 개뿔같은 소리~ / 그래 짜슥아 ~ 일어나마 / 살아야지 / 망할 년들이 아무도 돈 한 닢 안 주데요 / 부자로 살게 해주세요” <저작권자 ⓒ 충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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