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지
이재호
누이야 너도 가고 이 아득한 세월을 우리들 사랑만 홀로 남아서 호숫가 山그림자 하나를 이루고 있는가. 그 호숫가 낮은 산모퉁이 돌아 망초꽃이나 달맞이꽃 쯤으로 피어 초저녁 별 뜨는 때를 기다려 보거나 누이야 저문 호수 위에 그 마음 다아 비춰 보기도 하는가 머언 이역 하루일도 서러워 때로는 그 큰 눈망울 호수만한 가슴에 잔물결 슬피 일기도 하는가 살아가 아치라운 우리 사랑도 잔물결 같은 어쩌면 그 물살 밖의 바람이려니 가벼이 구름 대하듯 마주하는 어린 날 손거울 하나는 품고 사는가.
*이재호(1948 ~ 2012): 충주 단월 출생. 월간문학 「신인문학상」 등단. 서울시와 문예진흥원이 주최한 한강 문예작품 공모 ‘다시 한강을 생각하며’ 당선 되어 대표작 이름을 딴, 한강시인으로 불림. ‘제2회 민족문학상 수상’ 충주에서 ‘뉘들문학’ 동호회 지도. 시비 ‘다시 한강을 생각하며’가 인천광역시 광화군 선원면 영동로 99번지 육필문학관에 관장 노희정 시인에 의하여 건립.
2017년 7월 18일 추모 5주기를 맞아 문인협회 회원들과 뉘들문학 회원들과 시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였다는 막걸리를 마주하며 고인의 시(詩)와 고인의 넋을 불러냅니다. 사랑이 유난히 많았던 시인은 가고, 시만 남았으니 시는 영원히 살아서 오늘도 “호숫가 山그림자 하나를 이루고” 있습니다. 시인의 생전 “그 마음 다아 비춰 보기도” 하려는 듯 “호수만한 가슴에 잔물결 슬피 일기도”하는 날이면, 시인에 대한 우리 사랑도 “잔물결 같은 어쩌면 그 물살 밖의 바람이”되고 마는 것입니다. 아직 남은 시인들은 떠나간 시인을 손거울 하나로 품고 살지만 떠나간 이름은 누이가 되었든 시인이 되었든 망초꽃이나 달맞이꽃에 처연히 실린 넋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작권자 ⓒ 충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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