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일디보를 찾아서

신옥주 | 기사입력 2016/12/27 [09:03]

한국의 일디보를 찾아서

신옥주 | 입력 : 2016/12/27 [09:03]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
한 달쯤 전에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알게 되어 푹 빠진 프로그램이 있다. 미션은 '한국의 일디보를 찾아라' 인 목소리가 잘생긴 남성 4중창 그룹을 찾는 프로젝트 ‘팬텀싱어’이다. 이 프로그램이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클래식을 어려워하거나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모르면서 시험에 나올법한 정보만 달달 외운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일 디보라는 싱어가 있는 줄도 모르던 사람이다. 지금도 그들을 가수라고 불러야 할지 성악가라 불러야 할지 구별하지 못하여 싱어라고 애매하게 표현하고 있다. 조사해보니 일 디보(Il Divo)는 영국의 음악 그룹으로 2003년 결성되었으며, 스위스인 우르스 뷜러, 프랑스인 세바스티앙 이장바르, 스페인인 카를로스 마린, 미국인 데이비드 밀러 네 명으로 이루어진 남성 4중창단이다. 일 디보라는 말은 이탈리아어로 신이 내린 목소리라고 한다. 그래서 일 디보를 본따 우리나라에서 숨겨진 천상의 보이스 네 명을 찾는다는 취지이다.
제천에서 한 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는 클래식 음악을 굉장히 늦게 접했다. 우리 마을에 피아노는 유일하게 하나 있는 성당에 놓여 있었으며 함부로 만질 수도 없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부모님과 함께 살던 나는 일부러 성당에 찾아가서 피아노를 구경하는 것도 힘들었다. 주변이 공장으로 둘러 싸여 생활은 풍족한 마을이었지만 음악에 대한 노출은 매우 부족한 동네였다. 중학교 때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처음들은 나는 왜 유명한지도 모르면서 남들이 멋지다니까 그런가보다 했었다. 대학에 가서야 클래식을 제대로 들을 기회가 생겼는데 음악이 아름답다고 느끼기 전에 나의 무식함이 탄로날까봐 모르면서 아는 체 하기만 했을 뿐이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얼마나 무식하였는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내 아이중 하나가 피아노를 좋아해서 베토벤이나 쇼팽, 슈베르트의 곡을 매일 집에서 연주하는 바람에 클래식에 대해 조금씩 눈을 뜬 나였다. 이런 내게 팬텀싱어는 정말 목마른 나무를 촉촉이 적시는 단비같은 프로그램이다.
팬텀싱어에 나오는 오디션 참가자들은 성악 전공자, 내노라하는 뮤지컬 배우, 제대로 음악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아마추어까지 모두 참여하지만 실력들이 모두 어마어마하다. 심사위원으로 나오는 전문가들이 말하는 감상평은 때론 냉정하게 때론 격려하면서 때론 날카롭게 지적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다들 따뜻한 조언으로 참가자의 실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우리 시대는 음악다방마다 지휘자 카라반의 사진이 항상 걸려 있었다. 그 사진은 많이 봤어도 카라반의 지휘를 본 적이 없던 나는 지휘자라는 사람은 합창단원이나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가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가끔 정명훈이라던가 드라마상의 지휘자를 봤어도 별 감흥은 없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뮤지컬 지망생의 노래를 듣고 김문정 감독의 지휘아래 다시 한 번 노래를 부르게 하는 장면이 있었다. 김문정 감독의 지휘가 첨가되었을 뿐인데 노래를 부르는 오디션 참가자의 실력이 향상되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지휘라는 것이 그냥 있는게 아니구나를 처음 깨닫게 되었다. 모든 참가자들의 실력이 출중했지만 중학생 이준한의 목소리에 전율을 느꼈다. 음악에 대해 무식한 내가 듣기에도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올만한 아름다운 목소리다. 소년의 목소리라고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고음이며 가늘고 섬세하다. 이 소년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하는 오디션 참가자들을 통해 음악 편견자인 나의 귀를 트여 주는 역할을 하고 풍성한 장르의 음악을 맛보게 해주는 이 프로그램이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느낌으로 다다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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