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성’ 문화재 보호에 묶여 16년째 주민 재산권 ‘꽁꽁’

충주의 진산 대림산성 … 1999년 충북도 기념물 제110호 지정

임요준 기자 | 기사입력 2015/05/21 [15:36]

‘대림산성’ 문화재 보호에 묶여 16년째 주민 재산권 ‘꽁꽁’

충주의 진산 대림산성 … 1999년 충북도 기념물 제110호 지정

임요준 기자 | 입력 : 2015/05/21 [15:36]
▲ 대림산은 암석으로 되어 있어 여기저기 돌들이 쌓여 있다. 사진은 대림산성 내에 쌓여진 돌담이다.     ©

산성 종합개발계획 세웠지만 시민 인지도 부족, 예산 확보 어려워
성곽 복원 등 20억 예산 소요, 올 첫 주차장 공사 2억 예산 투입
주민 “문화재 지정하고 방치, 집도 지을 수 없어 피해는 우리 몫”
 
충주의 진산 대림산 내 대림산성이 기념물로 지정된 지 16년 세월. 하지만 시민들의 인지도가 떨어진데다 충주시 마져 산성복원에 따른 예산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주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충주시 살미면 향산리에 위치한 대림산성, 계곡을 포함한 산 정상을 둘러쌓은 형태의 포곡식 산성으로 삼국시대에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면적 365,079㎡로 둘레는 4,906m이다. 관내 성중에서 그 규모가 가장 크다. 행정·사법·군사의 중심지인 충주의 치소로부터 불과 4km이내에 위치하여 전략적 이동이 용이한 곳에 위치해 있다.

성의 동북쪽 삼면이 모두 급한 경사를 이루고, 특히 서쪽은 100m에 이르는 깍아지른 절벽이 자연적으로 성벽 구실을 해주고 있다. 서쪽으로 달천강이 해자의 구실을 하고 있어 적의 접근이 어렵다.

산성의 정상부에 위치한 봉수대에서 사방을 조망하면 서북쪽으로 탄금대 토성과 장미산성, 동으로는 남산성, 서남쪽으로 문주리산성과 용관동산성이 서로 마주보고 있어 적의 이동을 관찰·방어할 수 있다.

산성 축성과 관련 최초 기록은 ‘세종실록지리지’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여지도서, 대동지지 등에는 대림산을 충주의 진산으로, 대림산성을 충주읍성 다음으로 기록하고 있다.
 
충청북도, 1999년 기념물 지정 … 충주시, 2013년 종합개발계획 수립
 
도는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며 지난 1999년 12월 31일 대림산성을 기념물 제110호로 지정했다.

14년이 흐른 지난 2013년 충주시는 (재)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에 용역을 의뢰, 대림산성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했다.

계획서에 따르면 정비사업추진을 총 5단계로 나눠 △1단계(2013년~2014년) 기본계획수립과 동시 성곽 주변식생 환경 조성 및 탐방로 정비, △2단계(2014년~2015년) 주차장 조성(토지매입 및 확인조사)과 성곽 주변식생 환경 조성, 탐방로 정비, 안내판 정비, △3단계(2015년~2016년) 학술조사(건물지), 탐방로 정비, 철탑 이전, △4단계(2016년~2017년) 성벽보수 및 정비, 쉼터 조성, 학술조사(서문지, 봉수대), △5단계(2017년~2018년) 성벽보수 및 정비, 활용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2018년에 마무리하는 것으로 돼있다.

토지매입 1억2000만 원, 학술조사 5억 원, 성곽정비 6억 원, 시설정비 8억 원 등 총 예산 20억2000만 원이다. 충주시는 올해 첫 2억 원을 투입, 주차장 공사에 들어간다.
 
정비계획 수립 시 주민 설문조사 단 4명만 참여 ‘신뢰성’ 문제
 
계획서에 의하면 정비사업과 관련 주민을 대상으로 종합적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먼저 문화재 지정여부에 대해 답변자 전원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산성과 관련 임진왜란 전투와 호랑이 바위와 잠뱅이굴, 임도령 전설, 창골 전설 등에 대해 알고 있냐는 질문에 절반이 안다고 답했다.

문화재로 보호가치를 묻는 질문에도 역시 찬반의견이 반반으로 갈렸다. 문화재 지정에 따른 영향에 대해 주변토지가격 하락과 건물신축·증축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도 반반으로 나눠 답했다.

하지만 (재)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이 밝힌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인원은 단 4명뿐이다. 단 4명으로 표본집단을 구성한데에 연구원은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설문조사로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사실 대림산성은 충주의 진산임에도 남산성에 비해 알고 있는 충주시민은 그리 많지 않다. 시민들의 인지도가 떨어진데다, 대림산성을 알리는 교통표지판 하나없이 충주시의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대림산성은 16년째 역사속에 묻혀있는 형국이다.
 
농사 외 사업 금지 주민 불만 키워 … 한옥마을 조성으로 관광 상품화
 
대림산성이 도 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산성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마음대로 집을 지을 수도 고칠 수도 없다. 수십년 된 오래된 집이라도 문화재 보호법에 의해 도의 허가 없이는 손댈 수 없다.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이유다.
 
▲ 대림산성 내 주민 이종진(85) 할아버지가 문화재 보호라는 틀 속에서 이도저도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먼 산을 바라보며 신음하고 있다.     ©
▲ 1999년 대림산성이 도 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성내에서는 건물의 신ㆍ증축이 어려워졌다. 지정 이전에 지어진 세련된 주택과 달리 오래된 흙벽집이 주민들의 한숨을 대변하고 있다.     ©

평생을 후학양성에 헌신하면서 이곳에 터를 잡은 지 35년이 되었다는 이종진(85) 할아버지. 그는 “여기에 들어올 때만 해도 25세대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았다. 주택 수리도 마음대로 못하고… 무엇보다 농사 외에는 아무런 사업도 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우면서 주민들이 떠나고 있다”며 “지금은 12세대만 남아있다. 그나마 3가구는 빈집으로 남아있다. 15명 정도만이 고향을 지키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했다.

그는 이어 “문화재로만 지정하고 활성화 방안도 없이 방치하다시피 버려져 있으니 우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산성을 정비하면서 마을을 한옥마을로 변화시킨다면 또 하나의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 충주시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현재 대림산성 내에 15명의 주민만이 남아 있다. 한 주민이 고추농사를 위해 돌밭을 일구고 비닐 작업을 마쳤다.    

충주시 관계자는 “충주시가 관리하는 문화재만 101개다.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대림산성은 올해 주차장 공사를 시작으로 점차 진행해 나갈 계획이지만 예산이 문제다”고 전했다.
 
대몽항쟁기념비 이전 등 활성화 방안 요구
 
대림산성종합정비계획에 의하면 충주시 및 인근 시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대림산성을 충주읍성, 남산성 등과 연계 탐방 프로그램 운영을 제시했다. 탐방프로그램으로는 몽고와의 항쟁 관련 기록을 근거로 한 전쟁장면을 연출하고 고려시대 병영체험을 실시하여 참가자의 흥미와 몰입도를 이끌어낸다.

그러면서 대몽항쟁기의 충주산성은 몽고의 대군을 맞서 항전한 곳으로 이것을 기념하는 대몽항쟁비를 기존 마즈막재(종민동) 위치에서 대림산 성쪽으로 옮겨오는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어경선 예성문화연구회 고문은 의견서에서 대몽항쟁비 이전을 주문했다. 문화재 보호와 위민행정이라는 두 갈래에서 충주시의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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