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허무는 즐거움

최성자 문화산업경영학 박사 | 기사입력 2024/11/11 [09:13]

경계를 허무는 즐거움

최성자 문화산업경영학 박사 | 입력 : 2024/11/11 [09:13]

▲ 최성자 문화산업경영학 박사     ©충주신문

적어도 나는 석 달에 한 번은 머리 손질을 하기 위해 미용실에 가는데, 그때마다 남성분들이 와서 머리카락을 깎거나 손질을 하며 커피도 마시고 가볍게 인사도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된다. 미용실에서 남성분들을 만나면 어색했던 지난날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이렇듯 미용실이 남녀 공용 공간이 된 지도 꽤 된 것 같다.

 

예전에 아버지께서는 미용실이 아닌 이발소를 다니셨는데 오빠들도 아버지를 따라 이발소에 가서 머리카락을 잘랐다. 하지만 요즘은 이발소란 상호를 보기도 힘들지만 어렵게 보게 되기라도 하면 아직도 이발소가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잠시 이발소의 역사를 살펴보면 머리카락을 깎거나 다듬고, 얼굴 면도와 머리 염색을 하는 장소로 흔히 이용원, 이발관, 이용소라고 부르기도 했다. 1960년대까지는 모두 남성들만 이용했지만 196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여성들도 이용하기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다듬는 여성들을 보기란 흔한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아마도 면도를 하기 위한 면도사를 여자가 담당했기 때문에 여성들이 이용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요즘 뜨는 ‘옴니보어’라는 말이 있다. 옴니보어(omnivore)는 잡식성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지만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의 파생적 뜻도 가지고 있다. 이는 특정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폭넓은 문화 취향을 갖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 전반적 분위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언제부터인가 남녀를 구분 짓거나 세대 간 그리고 특정 계층이라고 하여 따로따로 문화를 향유하는 모습이 많이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는 옴니보어를 한 걸음 나가 해석하기를 주어진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소비자로 칭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발소 이야기가 나왔으니 오늘은 남성들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보자. 피부 관리를 위해 피부샵 이나 몸매관리를 위한 발레, 요가학원에 남성들이 등록하고 자연스럽게 이용을 한다고 한다. 카페도 예전에는 여성들이 주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남성들도 맛있는 디저트에 다양한 차를 즐기는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아버지 시대를 떠올려보면 지인분들을 만나러 가는 곳은 음식점이나 일명 대포집을 이용하셨던 것 같은데 말이다.

 

여성들만의 일이었던 육아도 남성들이 휴직을 하면서 육아를 전담하는 경우도 많아졌고, 패션에서도 혁신적으로 변했음을 볼 수 있다. 꽃무늬나 다양한 색상, 그리고 클러치 같은 소품을 달기도 한다. 화장을 하는 경우도 아주 많아졌는데, 아예 남성 화장품 코너와 티비에서는 광고도 한다. 성형외과에서는 남성분들이 상담을 기다리며 코와 눈, 턱 등을 각자 마음에 드는 모양의 수술을 한다. 그리고 요리학원에서 요리를 배워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남성들도 많아졌다.

 

이렇게 이제는 여성 전용과 남성 전용이란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 이는 사회학적으로 바라 본 옴니보어의 하나로 고정관념을 버린 문화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남녀 구분없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세대가 공존하고 있다는 지금, 세대 간, 성별 간, 계층 간 경계의 허뭄이 가져다줄 앞날이 기대된다. 성취감을 얻는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 적어도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누릴 폭이 넓어진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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