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를 시작하며

김희찬 | 기사입력 2023/08/21 [11:41]

나들이를 시작하며

김희찬 | 입력 : 2023/08/21 [11:41]

 

▲ 하늘재  © 충주신문



어떻게 하면 충주를 살갑게 이해할 수 있을까?

 

지난 3월 19일에 문경새재로 첫 나들이를 나갔다. 조령이 종점이라는 242번 시내버스를 타고 가서 새재 3관문을 지나 1관문까지 걷는 30리 길이었다. 보통은 문경으로 가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3관문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을 택한다. 그러나 차를 가지고 가지 않았기에 새재를 넘고 문경에서 직행버스로 돌아오는 하루 일정이었다.

 

그 후 슥달 열흘간 기본 20~30리를 한 구간으로 하여 충주를 서른 개쯤 구간으로 나누고, 틈틈이 시내버스를 타고 한 순배를 돌아봤다. 걸으면서 느끼는 많은 것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시내버스 타기가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익숙해졌다. 유난히 심술궂었던 초봄에 시작한 걷기는 여름 장마를 앞두고 다시 시작하여 두 순배 걷기를 진행하고 있다.

 

하루의 일정이 긴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걸을 때마다 느꼈던 것은 거리와 상관없이 할 이야기가 많은 구간은 자연스럽게 걷는 시간이 길어졌다. 20리 짧은 거리를 걸으면서 다섯 시간이 걸린 적도 있다.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에 정기 모임을 갖는가 하면, 혼자서 미리 걸으며 예비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걷는 길은 예전의 역로(驛路)와 대부분 겹친다.

 

하늘재와 새재를 남쪽 경계의 시작이며 끝으로 두고, 서남쪽은 괴산군 불정면 목도리(牧島里) 충주 남창(南倉), 서쪽은 신니면 모도원(毛陶院), 서북쪽은 앙성면 단암리(丹巖里), 북쪽은 소태면 외촌(外村), 북동쪽은 과거 충주였던 제천시 백운면 원서리(院西里) 또는 평동리(平洞里), 동쪽은 제천시 덕산면 도기리(道基里)의 모녀현(毛女峴) 또는 한수면 송계리의 충주 동창(東倉)을 사방의 끝 지점으로 삼았다. 그리고 탄금대 합수머리부터 앙성면 단암리까지는 물길을 염두에 둔 걷기로 강을 따라가며 진행했다.

 

한 순배 돌아본 결과 충주를 자세히 보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시내버스 시간이 애매하여 불편한 때도 있었지만, 이러한 걷기 행렬이 늘어나고 잦아진다면 충분히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여럿이 걸으면서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화장실과 같은 편의, 휴게시설이다. 공공기관이나 유명 관광지 같은 경우에는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갓진 외딴길을 걸을 때면 화장실 문제가 대두되기도 한다. 그래서 충주 문화관광 안내도의 경우 화장실을 잘 갖춘 후에 <똥뚜깐 지도>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으로 펴내는 것도 해볼만한 시도라는 생각을 했다.

 

한두 번 걸어서 끝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혼자 걷고 정리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그래서 <충주신문>에 8월부터 연재하며 일반에게 소개하기로 의견을 조율했다. 한 순배를 걷고 나서 연재를 계획하며 제목을 고민했다. 자동차로 휙 둘러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시내버스를 타고 걸어보고,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걷기는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하는 일이다.

 

전체 걷는 거리를 대충 계산해보니 800리 정도 된다. 충주가 넓고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과거 38면 체제에서 음성군에 떼어준 것은 제외하였지만, 그래도 넓다. 경계를 넘나드는 시내버스 편으로 교통이 연결되기에 과거 충주에 속했던 경계 지역을 포함하였고, 하늘재와 새재는 특별한 의미와 사람들의 왕래가 역사적으로 이어진 중요한 곳이어서 포함시켰다. 그래서 ‘천리 길’을 염두에 두고 ‘忠州千里’ ‘牛步千里’ ‘千里忠州’를 제목으로 골라놓고 고민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한 걸음 떼기가 힘들지 조금씩 익숙해지면 편안한 걷기가 된다. 그래서 ‘千里忠州’를 제목으로 삼았다. 한 걸음 떼기가 주저되는 순간, 이 글을 길라잡이 삼아 걸어보면 느낌이 새로울 것이다.

 

과거 충주와 관련된 지지(地誌) 자료를 기본으로 하고, 먼저 걸었던 옛 사람들이 남긴 시문(詩文)에 기대어 이야기의 소재를 찾아 정리하기도 한다. 한 순배 걸으면서 어떻게 정리해낼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러나 다시 걷기 시작하면서 생각을 고쳤다. 걸으면서 느끼고 생각나는 것들을 순서대로 기억하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장마와 더위 속에 다시 걷고 있지만, 두 순배 걷기가 끝날 때 쯤이면 가을이 될 것이다. 연재도 쌓여갈 것이고, 가을을 찾아 준비하는 이들에게 요긴한 글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연재를 시작하며, 걷기를 시작하며, 나들이를 시작하며, 예고탄을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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