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에 살갗을 스치는 바람이 아직 차다. 고지가 조금 있다 싶은 산골짜기엔 조금씩 남아 있는 얼음도 보인다. 계곡 어딘가엔 물소리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한낮엔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기온 차이가 느껴진다. 조금씩 우리 곁에서 떠나가고 있는 겨울을 보면서 눈도 많이 오고, 날씨도 혹독하게 춥다고 해서 은근 걱정도 많이 했었는데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무지함을 또 가는 겨울을 보면서 깨닫는다. 혹독하게 추운 겨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우리와 공존하고 있어서 어쩌면 느끼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매일 안전 안내 문자 보는 것이 요즘 들어 두렵게만 느껴진다. 이젠 감염자 수치가 역전될까 봐 걱정이다. 거리를 오가다 사람을 만나면 그냥 스쳐 지나도 될 것을 저절로 주춤거리게 되고 살피게 되는 습관도 생겼다. 거리를 두게 되기도 하고 마스크는 썼는지 혹시 무증상 감염자는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마다 걱정이 태산이란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전염되어 오기도 하고 가족한테 전염되었는지도 모르고 친구들에게 다시 전염시키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니 말이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는 어린아이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검사한 장비를 가져가야 한다는 그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검사를 할 때마다 엄마와 아이는 애를 태운단다. 그리고 또 결과를 놓고 심장이 두근거려 심장병이 생길 것 같다고 한다. 며칠 전에도 놀이방에서 감염자 발생으로 손주들에게 비상이 걸린 적이 있었다. 다행히 음성이 나오긴 했지만, 일주일간 놀이방을 갈 수 없어서 딸애가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에 왔다. 영상통화로 만나는 것보다 직접 얼굴을 보니 좋기는 하다. 당분간은 놀이방에 갈 수 없으니 놀이방에서 연락이 올 때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아이들은 그저 엄마랑 집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가 보다. 밖에도 못 나가고 집에서 들고 뛰는 바람에 아래층 집에서 제제가 들어왔다. 말귀라도 알아들으면 좋으련만 안돼! 안돼! 해도 그저 좋아라 더 신나서 뛰어다닌다. 매트를 깔아 놓아도 소용이 없다. 층간 소음으로 말다툼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싶었는데 이제 조금은 처지 바꿔 보니 알 것 같다. 인구가 적은 탓인지 어린아이들이 없어서 인지 키즈카페도 주변엔 문을 닫았다. 놀이터라도 가려 해 보지만 감기라도 들라치면 행여 감염자 취급받을까 싶어 조심이 된다.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공간이 없으니 집에서 훈육 아닌 훈육을 해가면서 조심하며 지낼 수밖에 없는 요즘 상황이다. 지인들의 안부 전화를 받으면 한 집 건너 감염된 가족 소식을 듣다 보니까 더 염려스럽다. 건강한 사람은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니 더욱더 조심이 된다. 이런 염려증에서 해방되는 날은 언제 올까 기다려진다. 그래도 세월이 약이라고 하듯 언젠가는 또 다른 세상에서 이런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신없이 뛰놀던 아이들도 제집으로 갔으니 아래층 집에선 한숨 놓겠다 싶다. 시끌벅적했던 집안이 고요해졌다. 절간이 따로 없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어쩜 이럴 때 공감이 가는지 혼자 웃는다. 날씨가 따스해지면 밖에라도 나가서 오는 봄이라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세월의 약을 조금씩 먹다 보면 힘들고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나 맘 놓고 훨훨 돌아다닐 수 있는 그 세상이 코앞에 다가와 있을 거라 간절히 소망해본다. <저작권자 ⓒ 충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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