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고고!

신옥주 | 기사입력 2020/07/06 [09:18]

저스트 고고!

신옥주 | 입력 : 2020/07/06 [09:18]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갑자기 우리나라 출판물에 스포츠만화가 폭풍적으로 쏟아져 나온 때가 있었다. 아마 당시에 농구를 주제로 한 슬램덩크가 만화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주어 ‘마지막 승부’ 같은 드라마가 제작되기도 했었다. 나는 스포츠 규칙을 잘 모르기도 하고, 실외에서 하는 운동을 즐기지도 않아서 스포츠가 주제이면 드라마도 영화도 책도 일단 보류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지만 이 책을 읽을 때 솔직히 거부감이 들었다. 테니스는 중학교에서 배운 내용 정도만 알고 있었고 유명한 윔블던 대회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월드컵 축구도 한국팀이 골 넣는 장면만 스포츠 뉴스에서 보는 정도다.

 

‘저스트 고고’는 중학교 육상 선수였던 이데 노부히사가 우연히 테니스를 치던 여학생을 보고 짝사랑에 빠져 육상특기생의 제의를 뿌리치고 그녀가 다니는 고교에 진학해 난데없이 테니스를 시작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타고난 운동신경 외엔 기초적인 테니스 경기규칙도 모르는 이데는 테니스를 어려서부터 했으며 뛰어난 재능과 테크닉을 길렀지만 승부 근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선수 타키타 루이를 만난다. 처음엔 상극인 것처럼 보이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부족한 테크닉과 열정을 발견하게 되면서, 복식조 플레이로 함께 코트에 서게 된다. 이데의 열정은 상대방이 가진 힘을 백퍼센트 끌어 올려주는 장점이 있고 루이의 냉철한 판단은 폭주하는 이데를 막아주며 서로 성장하게 만드는 캐릭터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장면에서 즐거웠고 웃었고 슬프고 가슴이 아팠다. 우리는 흔히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치켜세우며 천재라고 쉽게 말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천재라는 말을 그리 쉽게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주인공의 라이벌이자 버팀목인 루이는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지만 천재라는 말을 싫어했다고 말한다. 그 말은 “노력을 배제하기 때문이지. 노력하지 않는 천재는 없는데 말야. 진짜 천재는 괴물이야. 경험도 시간도 상관치 않는 괴물, 괴물은 느닷없이 나타나 죽어라 노력해 온 사람을 단번에 잡아먹는다.” 루이는 다섯 살 때부터 하루에 열 시간 이상을 테니스에 할애했다. 타고나기를 허약하게 태어나 남보다 배로 노력했으며, 뒤에서 쫓아오던 동료가 앞서나가는 모습도 지켜봐야 했고, 부모로부터 지지를 얻지도 못한 채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테니스 특기생이 없는 학교로 진학해 홀로 테니스를 다시 마주보려고 마음먹었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는 쉽게 쟤는 천재니까 금방 익힐 수 있는거야 라고 말한다면 루이에게는 칭찬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다.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력을 무시하고 있었나 반성하게 되는 장면이었다.

 

주인공 이데가 겪은 좌절은 사실 좌절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의 말에 공감한다. 중학교 육상선수로 넘버원이던 이데가 어느 날 훈련에서 후배에게 한 번 졌다. 정말 단 한 번이었는데 그 후배와 동료들과 코치까지 잘했다고 칭찬하며 이데를 이긴 것을 환호했다. 이때 이데는 그럼 경기에서 진 자기는 뭐가 되는가 딜레마에 빠진다. 모든 사람이 경기에 진 이데를 위로하지 않고 천재인 이데를 이긴 후배에게만 매달린다면 앞으로는 모든 경기에 이겨야만 하는가 하며 중압감을 느끼고 만일 정식 경기에서 진다면 어떤 장면이 연출될 것인가를 그려보고 운다. 우리도 때로는 이런 장면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남에게 이겨 기뻐할 때도 있고 져서 분하기도 하지만 죽어라고 노력한 사람에게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는 못할망정 돌을 던진 적은 없었나 뒤돌아봐야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종종 느끼는 심정이다. 연예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 실제적인 조언을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때도 있다. 나는 그럴 때 이렇게 말한다. 김연아 선수가 하루에 열 네시간 스케이트를 탄다. 아이돌 댄스가 하루에 열 네시간 춤을 춘다. 우리는 수학을 그렇게 공부한 적이 있었나. 시험 기간에 그런 적은 있었겠지만 그들만큼 오랜 시간 공부하지는 않았다고. 그래서 우리는 더 노력해야 한다고. 정말 간단한 진리는 노력하는 사람에게 이길 수가 없다이다. 내가 지금 현실에 불만이 있는데 좀 덜 노력한 것이 이유라면 이제 태도를 바꾸기로 하자. 나름대로 노력했다면 이제 객관적으로 누가 봐도 인정할만큼 노력해보자. 그래도 안되면 그때 다른 길로 가도 괜찮다. 아님 말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충주 “나무 수형 바로잡아 아름다운거리로”
1/6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안내 구독신청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