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밥상에 오르는 야채들

남상희 | 기사입력 2020/06/03 [11:15]

매일 밥상에 오르는 야채들

남상희 | 입력 : 2020/06/03 [11:15]

▲ 남상희 시인     ©

집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채소밭이 있다. 매일 하루에 한 번씩 운동삼아 채소를 채취하러 다녀온다. 채소밭 주변은 사방으로 농작물 종류가 다양하다. 채소밭에 가는 길에 보리밭이 있는데 노랗게 익어서 바람이 불면 황금물결을 덤으로 볼 수 있어 좋다. 과수원엔 복숭아 사과가 벌써 엄지만 하다.

 

이른 봄날 길 건너 부부께서 지난 늦가을에 뿌려 놓은 상추가 올라 왔다고 모종을 챙겨주셨다. 이십여 년 가깝게 그곳에서 밭농사를 지으시며 농사지으러 오는 사람들을 늘 챙기시곤 하셨나 보다.

 

텅 빈 밭에 어떤 종류의 농작물을 경작해야 할까 고민 중에 있었는데 우선 한쪽에 상추모종을 심기로 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터라 노지에 옮겨 심으면 십중팔구 냉해를 입을 것 같아 두 평정도 작은 하우스를 만들었다. 그 속에 상추모종을 심고 조금 남은 터에는 상추씨랑 쑥갓씨를 뿌려놓았다. 매일 매일 물도 주고 하루하루 다르게 커가는 상추를 보면서 밥상에 오를 날만 기다렸다. 상추는 물만 자주 주면 눈에 보이게 쑥쑥 자란다. 덩달아 뿌려 놓은 씨앗도 움을 트기 시작할 무렵 요즘은 매일 삼시 세끼 밥상에서 상추를 만나고 있다. 상추를 시작으로 하나 둘 셋 채소종류가 조금씩 밥상을 가득 채워지는 것을 볼 때 마다 우린 작은 행복에 젖는다. 쑥갓, 부추, 상추는 약방의 감초처럼 매일 밥상을 풍요롭게 해준다. 밭둑을 따라 운동삼아 오고가는 사람들은 실하게 커가는 상추를 보면서 입맛을 다시곤 한다.

 

어느 날인가 이웃집에 주려고 열심히 상추를 채취하고 있는데 산책 나온 아주머니께서 이천원치만 팔라고 한다. 얼마나 드시고 싶으면 차마 달라진 못하고 팔라고 하셨을까? 많아서 이웃에게 돌릴 참인데 이웃한 분 더 계신 셈 치고 챙겨가시라고 듬뿍 담아 드리고 나니 이 또한 나누는 행복을 두 배로 느껴본다. 그날 이후 상추밭을 지나는 이웃을 보면 무조건 ‘드려 볼까요?’ 선수를 치면 반갑게 챙겨 가시는 분도 계시고 집에 있다고 눈인사만 하고 가시는 분도 계신다.

 

요즘은 행복이 따로 없다. 텃밭에 커가는 작지만 많은 행복을 챙겨주는 야채들 때문에 매일이 바쁘다. 농사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챙겨할 것 들이 참 많다. 각종 농기구가 농작물에 따라 다르다. 농기구를 사용하다 잦은 고장도 난다. 일일이 고치러 가려면 보통일 이 아니다. 그래서 간단한 것은 고쳐서 사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러한 농기구에 맞는 장비도 일체 준비해야 하는데 보통일이 아니다. 다행히 맥가이버인 남편은 웬만한 것은 직접 손으로 고쳐서 사용한다.

 

봄날도 깊어가고 요즘 날씨는 어느새 초여름이다. 보름 전에 직파해 놓은 옥수수도 제법 커간다. 참깨는 옹기종기 뚫어 놓은 구멍으로 쏘옥 고개도 내밀었다. 하루하루 농작물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선 틈틈이 마르지 않도록 물도 줘야 한다. 손이 많이 가야 제대로 먹을 수 있게 결실을 맺는다는 것도 경험으로 깨닫는다. 어깨너머로 주말농장을 해 온지도 여러 해다. 이제는 전문가 아닌 전문가가 된 듯 하지만 아직도 새롭게 변화하는 각종 농작물을 다루기가 그리 쉽지 않다.

 

한달 전에 심어 놓은 고추도 가지가 조금씩 벌어져 가고 있다. 한여름 이른 새벽에 붉은 고추 따기도 재미있다. 농사는 기술과 열정도 있어야 된다는 것을 요즘 들어 새삼 느낀다. 그래서 농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움직일 수 있다면 소일거리가 있어야 한다. 그런 소일거리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 참 좋다. 때론 힘들고 고단할 때도 있지만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새벽바람을 가르며 예초기로 풀섭을 오가는 맥가이버 농부 뒤를 촘촘히 따라가며 풀냄새에 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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