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이 필요해요

박상옥 | 기사입력 2020/06/03 [11:04]

끈이 필요해요

박상옥 | 입력 : 2020/06/03 [11:04]

 

끈이 필요해요

 

                                                      천지경

 

손님이 없어 죽을 지경이라는 옷가게 선배

장례식장에 근무한다는 내 귀에 대고

목 매달 때 사용했다는 끈 말이야

그 끈이 가게에 있으면 그렇게 장사가 잘된다고 하네

나 그것 좀 구해주면 안 될까?

 

메스컴의 자살은 기사화된 단, 몇 건에 불과 할 뿐

장례식장에 들어오는 사인은 절반이 자살

독거노인의 음독은 자식들이 쉬,쉿

우울증에 죽음은 형제들이 쉬, 쉿

성적 비관의 투신에는 부모들이 쉬,쉿

 

목맸던 끈 가게에 두면 불티나게 팔린다는 말

맞는 말 같네요

저 끈으로 목을 매 달리라!는 심정으로 일을 하면

성공 못할 일 뭐가 있을까요? 쉬, 쉿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그 끈을 훔쳐다 드릴 테니

죽겠다는 생각은 제발 하지 마세요.

 

*천지경(1963~ ) 본명 천성자

1963년 경남 진주출생, 2006년 근로자문학제 수상, 2009년 《불교문예》 신인상 등단

현재 진주 중앙병원 장례식장 근무

 

▲ 박상옥 시인     ©

눈치 챘겠지만 천지경 시인은 장례식장에 근무합니다. 2018년 ‘울음바이러스’란 시집을 출판하고 올봄 5월 울음바이러스가 넘치는 코로나시대에 걸맞게 2쇄 출판을 하였습니다. 시집 초판만 다 팔려도 대단한 일인데, 2쇄를 찍었으니 첫 시집으론 꽤나 성공한 시인입니다.

 

시인은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면서 자살한 잡귀신의 옷자락을 뿌리치고 스스로 시마(詩魔)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무당이 굿을 하듯 천연덕스럽게 작위성이 농후한 직설을 쏟아냅니다. 찡하고 울컥하는 본인의 감정에 시치미를 뚝 떼며, 독자들 감정을 찡하고 울컥하게 만드는 신기(神技)를 발휘합니다. ‘목을 맨 끈’을 비유로 죽음과 희망의 인과성을 부여합니다.

 

“메스컴의 자살은 기사화된 단, 몇 건에 불과 할 뿐 / 장례식장에 들어오는 사인은 절반이 자살 / 독거노인의 음독은 자식들이 쉬, 쉿 / 우울증에 죽음은 형제들이 쉬, 쉿 / 성적 비관의 투신에는 부모들이 쉬, 쉿 // 목맸던 끈 가게에 두면 불티나게 팔린다는 말 / 맞는 말 같네요 / 저 끈으로 목을 매 달리라!는 심정으로 일을 하면 / 성공 못할 일 뭐가 있을까요? 쉬, 쉿”

 

매일 숨 가쁘게 살면서 죽음이 일상이었을 시인을 생각합니다. 시집 곳곳에선 신의 옷자락을 잡고 불심을 채우면서 결코 텅 비지 않는 시간, 오직 가정과 자식을 위해 버텨온 시인의 오기와 배짱이 묻어납니다. ‘우리는 아직 살아있다. 죽기로 작정하면 못할 것이 뭐 있냐’고 다독이며 눙치며 독자를 가르칩니다.

 

코로나와가 죽음을 데리고 일상의 근처를 어슬렁거렸습니다. ‘울음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일이 생길까 두려움과 긴장으로 어깨끈이 물어뜯기고 있습니다. 몇 편의 시(詩)의 끝 행을 옮겨봅니다. 도움이 되길 바라며 성에 차지 않는 분은 시집을 읽어보길 바랍니다.

 

“사뿟사뿟 따라간다 / 다정한 귀신들이 나를 먹여살린다 / 나 어디 가서 싱싱한 간을 찾아 인간이 되지? / 관세음보살 /울음바이러스는 생명이 짧다 / 터벅터벅 몰려가는 장화 신은 여자들 / 24시 망한 언니 / 밥 묵고하자 /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나는 혹시 전생이 화냥년?/ 너 이 세상에 어떻게 왔니? / 할 말이 없다 / 그러니까 평소에 좀 잘하지 인간아 / 뭔 개뿔같은 소리~ / 그래 짜슥아 ~ 일어나마 / 살아야지 / 망할 년들이 아무도 돈 한 닢 안 주데요 / 부자로 살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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