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걸린 시 한 줄

박상옥 | 기사입력 2020/05/19 [09:18]

허공에 걸린 시 한 줄

박상옥 | 입력 : 2020/05/19 [09:18]

 

허공에 걸린 시 한 줄

 

김미경

 

폭염정보가 화살처럼

날아온 아침 출근길

허공에서 저희끼리

날개 펴고 있는 초록 잎 사이

자색 꽃 한 송이

차창 안으로 들어와

셔터를 누른다.

나는 너에게 당신에게 그대에게

꽃 한 송이 날린다

너는 행운이라 하고

당신은 눈물이라 하고

그대는 수천의 환호라 하고

지금껏 만나지 못한 끈끈한 시 한 줄

품고 있는 자목련

단단한 무성음으로 허공에 걸려있다.

 

*김미경(1967~ ):  충북 단양 출생. 2002년 「문학공간」 등단. 한국문협회원. 충주문협회원. 풀꽃 동인,

                      시집 「내 안의 노을」 공저 「비와 바람의 숲에서」 외 다수.

 

▲ 박상옥 시인     ©

시인은 폭염정보가 화살처럼 날아 온 출근길에서 자목련 한 송이를 만납니다. 목련이야 꽃잎이 떨어지고 잎이 나는 게 자연이건만, 이미 꽃잎이 다 떨어지고 초록이파리가 벌써 나고 자랐는데, “허공에서 저희끼리 / 날개 펴고 있는 초록 잎 사이 / 자색 꽃 한 송이” 탐스럽거나 우아한 자목련을 보았으니,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시인은 이렇게 카메라에 담긴 한 송이 자목련을 “너에게 당신에게 그대에게” 보냈으니, 꽃을 받아든 이들이 자목련에 대하여 답장을 보내옵니다.

 

“너는 행운이라 하고 / 당신은 눈물이라 하고 / 그대는 수천의 환호라 하고 / 지금껏 만나지 못한 끈끈한 시 한 줄 / 품고 있는 자목련“에 대하여, 서로 다른 메아리로 화답합니다.

 

시인은 출근길에 만난 자목련을 “단단한 무성음으로 허공에 걸려”있다. 쓰고, <허공에 걸린 시 한 줄>이라 읽습니다. 때 늦은 자목련 한 송이가 시인의 눈에 들어와, 한 줄 시로 남겨집니다.

 

시인은 <풀꽃>이란 또 다른 시에서 고백합니다. “화려하고 싶지 않았다 / 바람이 불면 바람에 기대고 / 비가 오면 비를 맞고 / 햇살이 비추면 살며시 웃음 짓는 / 천천히 보아야 /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 잔잔히 보아야 아름다운”   - <풀꽃>

 

시인은 스스로를 풀꽃이라 자칭했습니다. 스스로 낮춤으로 다스려지는 무위(無爲)를 품고 있느니, 불경이 되고, 도덕경이 되는 시의 뜻이 느껴집니다. 시절을 잊은 자목련을 시로 읽어내는 아름다운 김미경 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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