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사용법을 알려주는 모모

신옥주 | 기사입력 2020/02/11 [10:22]

시간 사용법을 알려주는 모모

신옥주 | 입력 : 2020/02/11 [10:22]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을 다시 읽었을 때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동화로만 알던 이 책을 읽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때의 감성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고 등장인물 이름정도만 기억나는 것을 보면 당시에는 감동을 많이 받지 않았던 것 같다.

 

모모는 아무도 찾지 않는 허물어져가는 옛 원형극장 터에 나타난 고아 소녀이다. 친절한 마을 사람들은 고아원을 탈출했다는 모모를 위해 가구도 만들어주고 음식을 가져다주며 보살핀다. 모모는 그런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준다. 그러면 마을 사람들은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지혜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차릴 수 있게 그렇게 모모는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사람들은 모모에게 이야기하던 도중에 나는 나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 세상에서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경청이라는 책이 출판될 정도로 현대인들은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에 집중한다. 자기 얘기만 주절주절 늘어놓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모모를 권하고 싶었다.

 

모모에게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친구가 되곤 하는데 거리 청소부 베포와 관광 안내사 기기는 특별한 친구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으려 나타난 회색 신사들의 방해공작 때문에 모모는 친구들과 멀어진다. 회색 인간은 '인생에서 중요한 건 딱 한 가지야. 뭔가를 이루고, 뭔가 중요한 인물이 되고, 뭔가를 손에 쥐는 거지. 남보다 더 많은 걸 이룬 사람, 더 중요한 인물이 된 사람, 더 많은 걸 가진 사람한테 다른 모든 것은 저절로 주어지는 거야. 이를테면 우정, 사랑, 명예 따위가 다 그렇지.' 그러면서 시간을 저축하면 이자와 함께 돌려주겠다는 회색 신사들의 제안에 솔깃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너무 바빠, 시간이 없어!’ 라며 스스로 즐거움보다는 눈에 보이는 물질과 돈에 인생을 바치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모모를 도와주고 아이들과 놀아주던 사람들, 마음에 여유가 있었던 사람들은 시간을 저축하기 위해 여유로움을 포기한다. 그러나 그들이 포기한 것은 단지 몇 시간의 여유로움이 아니라 따뜻한 인간의 마음이었다. 그들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고, 아이들에게 미소를 보내는 시간보다 돈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으며, 우울해하는 친구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는 시간도 함께 사라진 것이다. 1월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고 느낀 나는 혹시 나도 회색 인간의 꼬임에 빠져 소중한 무엇을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호라 박사는 ‘어느 날 갑자기 아무것도 하고 싶은 의욕이 없어지지.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낄 수 없지. 한 마디로 몹시 지루한 게야. 허나 이런 증상은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더 커지게 마련이란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증상이 계속되는 사람은 온 세상이 낯설게 느껴지고,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 같아지게 되고, 화도 내지 않고 뜨겁게 열광하는 법도 없이 웃음과 눈물도 사라진다고 한다. 그러면 그 사람은 차디차게 변해서,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 없게 된다. 그 지경까지 이르면 그 병은 고칠 수가 없고 공허한 잿빛 얼굴을 하고 바삐 돌아다니게 되는 회색 신사와 똑같아진다고 경고한다. 그 병의 이름은 '견딜 수 없는 지루함' 이었다.

 

지루함이란 단순히 어떤 것에 대한 싫증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라 인간애의 상실이라고 주장하는 작가의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나도 짧은 시간 내에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었는데, 이제는 빠른 결과나 시간을 절약하는 것에 중심을 두었던 생활을 버리고, 주변을 살피며 내가 놓친 것을 두 눈 똑바로 뜨고 찾아야겠다. 가족과의 추억을 만드는 소중한 시간을 늘리고, 내가 기쁨을 느끼는 일을 좀 더 하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소중함도 다시 가슴에 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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