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2
김흥수(1941~ )
태초에 길은 없었지 그분은 스스로 길을 열고 살아가도록 순금보다 더 귀한 자유를 주신 것
그런데 원조께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움인가 숱한 사람들 제멋대로 길 아닌 길을 내어 세상은 온통 갈 길을 잃었네
그분께서 이미 마련하신 진리의 길 생명의 길 그 길이 우리에게 있었네
아, 그 길 사랑의 길 생명의 길 영원으로 닿아 있네.
김흥수 시인에게 청년이라 칭송하며 시(詩)를 가르쳤던 스승 이재호 시인이 있었다. 스승은 60을 너머 시(詩)에 입문한 제자를 노년에도 청년으로 불렸으니 시인은 청년으로 살았다. 병을 만나기 전까지 내내 청년이길 소망했던 김흥수 시인은 시(詩)를 만나서 생을 새롭게 살았다.
김흥수 시인과 차를 타고 가던 그 날은, 초록나무가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던 날이었다. ‘제가 시(詩) <목마와 숙녀>를 암송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청년이시잖아요. 연세는 잊으세요”라며 웃자, 본인은 ‘이재호 시인을 만나고 등단했던 시기가, 문인으로서 가장 행복했었다던’ 얼굴이 떠오른다. 좀 더 가까이 그 열정이나 사연을 받들지도 못했는데, 시인은 지난해 6월 11일 홀연히 타계하셨다. 지금쯤은 천상에서 생전에 막역하던 스승이자 친구인 이재호 시인을 만나 바둑 한판 두고 계시리라. 위의 시는 그가 가톨릭 신자였음이 새삼 깊게 다가오는 시(詩)다.
오늘도 속이고자 하는 욕망과 속아버린 욕망 사이에 죄가 있다. 누구의 죄가 크겠는가. 이브는 뱀에게 유혹당하고 아담은 이브에게 유혹당하여 벌어진 일. 그분께서 아담에게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고 하였으되, 따 먹었다. 그분이, “순금보다 더 귀한 자유를 주신 것”인데, 원조이신 아담과 이브가 그분의 말씀을 어김으로써 “첫 단추를 잘못 끼움이니 / 숱한 사람들 제멋대로 / 길 아닌 길을 내어 / 세상은 온통 갈 길을 잃었네”
그분께서 우리를 위하여 마련하였지만 우리가 쫓겨난 “진리의 길 생명의 길”을 애써 찾아가는 길이 여기 이승이라면, 이 고행 길에서 누군가는 예수를 만나고 누군가는 부처를 만나고 누군가는 강도를 만나고 누군가는 태풍을 만나고 소낙비를 만난다. 그 누구를 만나야 뜨거운 심장의 울림을 들을 수 있으며 행복을 꿈꾸며 삶이 변화 되는지 2020년 만남을 생각한다. <저작권자 ⓒ 충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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