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보약

남상희 | 기사입력 2020/01/02 [16:22]

웃음이 보약

남상희 | 입력 : 2020/01/02 [16:22]

▲ 남상희 시인     ©

맑은 눈으로 쳐다보는 백일이 가까운 손주를 바라다보면 저절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물샘까지 들썩인다. 내 품안에서 옹알이를 하며 기쁨을 주었던 자식들이 성장해서 그새 결혼하고 또 아이를 낳아 내 품에 안겨있는 손주를 보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내 젊은 날들이 있었던가 싶다. 세월이 참 빠르다.

 

요즘 모임에 나가 보면 하나 둘 손주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아직도 혼사를 치루지 못한 친구는 눈에 부러움이 가득하다. 효도가 따로 없다고 나이차면 배필 만나 적령기에 결혼해서 순풍 손주를 낳는 것이라 한다지만 세상만사 그리 순탄하지 않나 보다. 캥거루족이 있는가 하면 환경 호르몬 때문에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람들도 허다하다고 한다. 손주 한번 품에 안아 보는 게 소원이라고도 하는 친구도 있으니 손주타령도 가려서 해야 하는 세상이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정신없이 보냈다. 초대하지도 초대받지도 않았는데 새해가 밝아왔다. 여지없이 새해 꿈도 헤아려 보고 또 지난 한해처럼 정신없이 보내지 않으려 다짐도 해 봤는데 그새 또 새해를 맞고 보니 세상만사 아이러니하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작은 소망을 빌면서 무탈했던 지난 한해처럼 올 한해도 그럴 거라 기대해 본다. 누군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난 그 기도를 믿고 도 믿는다. 경험해 보지도 않고 그저 선물처럼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매일을 새로움에 놀라고 또 다른 새로움에 애간장 태우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넋이 나가기 쉽다. 그래서 새내기 새댁들의 육아란 보통일이 아닌가 보다. 조금씩 형편이 되면 육아에 시간을 나눠보지만 힘든 것은 매한가지다. 젊어 시절 어찌 아이를 키웠나 싶다. 직장 다니랴 살림하랴 아이들 키우랴 1인 다역을 해냈다는 것이 스스로 참 대견하다 싶다. 강하게 키웠다고 했는데 이제 보니 하나도 강하지 않는 자식을 보면 이 또한 부모 탓 같다. 그래서 더 할 말이 없으니 뒤 늦게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을 키우며 산다. 가끔은 방긋 웃어주는 손주 녀석을 보면서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뒤 돌아보게 하는 여유를 챙기기도 한다. 부부의 큰소리는 담을 너머서면 안되고, 아이 웃음은 담벼락을 너머도 된다고 했다. 아이를 보면서 함께 웃다 보면 시간이 저절로 간다. 경자년 새해 소원하나 더한다면 그저 많이 웃는 날 들의 연속이길 바란다. 조선 최고의 명의 허준이 남긴 말 중에 웃음을 정의한 것이 있다. ‘웃음은 고통을 지우는 지우개요, 병을 없애는 소각제다. 근심을 삭이게 해주며, 가슴의 한을 내려 준다. 따라서 웃음이 보약보다 낫다 하였다.’요즘 들어와서 공감이 저절로 간다. 각박해져 가는 세상을 살면서 이웃과 조금이라도 친분을 갖고, 만나면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네면서 서로서로를 위로하면서 위로받고 살 수 있다는 것도 행복 중에 하나다.

 

출근길에 승강기 안의 풍경이 전엔 참 삭막했었다. 요즘은 먼저 보는 사람이 눈인사를 건넨다. 여유 속에는 저절로 웃음도 자아나게 하는 힘이 곁들여 있음을 깨닫게 한다. 육아를 함께 나누며, 고사리 같은 손을 만질 수 있고, 티 없이 맑은 아이의 눈 속으로 빠져들다 보면 저절로 웃음꽃도 피어나고 덤으로 얻어지는 삶에 대한 여유가 생겼다. 이웃을 바라보는 시각이 따스해졌다는 것도 느낀다. 내가 먼저 바뀌면 함께 동화될 수 있음에 올 한해 내내 웃음의 보약을 이웃 모두에게 나눌 수 있는 전도사가 되어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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