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를 반추하며

신옥주 | 기사입력 2019/12/30 [14:16]

웃는 남자를 반추하며

신옥주 | 입력 : 2019/12/30 [14:16]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나는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읽을 때면 책을 펼치기도 전에 늘 심장이 배 밖으로 뛰쳐나올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번에 만난 빅토르 위고는 특히 좋아하는 작가이다. 고등학생 때 위고를 좋아하는 나와 괴테를 좋아하는 친구는 몇 달 동안 설전을 벌이기도 했었다. 괴테의 ‘파우스트’보다 위고의 ‘노트르담의 곱추’를 더 좋아했던 나는 그 뒤 쭉 프랑스로 떠나는 상상을 했다. 한동안 ‘레 미제라블’이 회자되면서 다시 읽었는데, 내가 가진 책은 6권 세트라서 도중에 손에서 몇 번 떠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다 읽고 나서도 가슴이 벅차오르지는 않았다. 2020년을 맞으며 심기일전하여 ‘웃는 남자’를 읽기 시작했는데 하루에 다 읽을 정도로 가독력도 좋고 흡입력이 대단한 책이다. 오랜만에 책을 읽고 눈물이 나고 또다시 작가에게 반했다. 반했다는 표현이 너무 속물적으로 느껴져 다른 수식어를 찾지만 어휘력이 딸리는 나한테는 그 말이 최고의 찬사인 훌륭한 작가이다.

 

1869년에 발표된 ‘웃는 남자’는 빅토르 위고 스스로 "이 이상의 위대한 작품을 쓰지 못했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충격 실화를 바탕으로 한 줄거리라서 출간 당시 전 유럽을 충격에 빠뜨린 작품으로 유명하다. 나는 작가의 최고 명작이 ‘레 미제라블’이 아니라 ‘웃는 남자’라서 깜짝 놀랐다. 전에 내가 읽은 판형은 한권으로 되어 줄거리위주로 읽는 중고등학생용 책이었다. 이번에는 무려 935페이지나 되는 제대로 번역이 된 책을 구입하여 읽었다. 역시 책은 내 소유의 것이어야 밑줄도 긋고 첨삭도 하며 찬찬히 읽을 수 있다.

 

빅토르 위고는 철학자로서 인간의 영혼과 의식을 규명하고자 하였고, 역사가로서 전제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해 밝히고자 했으며, 시인으로서 하나의 드라마를 창조했다고 번역가는 말한다. 이 모든 것을 한 권의 책에 모두 담을 수 있는 작가, 너무 멋져서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17세기 유럽에는 실제로 어린이 인신매매단인 콤프라치고스가 존재했었다. 당시 귀족들 사이에서는 기이하게 생겼거나 기형의 신체를 가진 아이들을 몸종이나 광대로 만들어 곁에 두는 게 유행이었다고 한다. 콤프라치코스는 어린아이를 싼 값에 사다가 기형을 만들었는데, 점점 아이를 납치하는 방법으로 아이들을 조달했다. 아직 성장중인 아이들의 멀쩡한 얼굴과 사지를 흉측하게 만들어 귀족에게 팔아넘겼다고 한다. 주인공은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납치 의뢰를 받은 자들에 의해 납치되고 콤프라치코스에게 노예처럼 부림을 당하며 살았다. 갓난아이 때 납치당한 아이 그윈플레인이 어느 덧 열 살 남짓의 소년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나라에서 어린아이의 몸과 얼굴을 변형시켜 매매하는 행위를 불법 범죄로 규정하고 콤프라치코스들을 잡아들여 사형을 하는 엄벌을 내리자 그들은 소년을 버리고 도망쳤다. 그들에게 버림받은 소년의 얼굴은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 잇몸과 이가 드러나 있다. 억지로 만든 웃는 얼굴이다. 게다가 그들은 소년의 코까지 칼을 대서 들창코로 만들어버렸다. 누구나 소년의 얼굴을 보면 처음에는 놀라고 그다음에는 웃음을 터뜨린다. 눈보라 속에서 제 몸 하나도 가누기 힘든 버림받은 소년은 울음소리를 듣고 죽은 여인의 품에서 울고 있는 갓난아기를 발견한다.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던 누더기로 아기를 둘둘 말아 가슴에 품고 아기를 살리기 위해 눈보라 속으로 종종걸음을 쳐 달리기 시작한다. 작가는 216 페이지에 걸쳐 네 시간을 묘사했는데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복선이 다 숨어있는 구성을 택했다. 소년의 얼굴은 흉측하지만 저보다 약하고 어린 것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가진 도덕적인 인간을 나타낸다. 당시 귀족들의 특권의식과 부유함은 하층민들의 희생과 피눈물 덕분에 즐기고 있는 것인데도 그들을 인간이하로 취급하는 장면은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이 책은 짧게 말하기 힘들 정도로 곳곳에 심금을 울리는 구절이 많다. 아~, 기회가 된다면 구절구절 행간에 숨은 의미에 대해 누군가와 밤새 얘기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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