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달 12월엔

남상희 | 기사입력 2019/11/28 [15:05]

마무리달 12월엔

남상희 | 입력 : 2019/11/28 [15:05]

▲ 남상희 시인     ©

아침저녁으로 춥다. 한낮의 온도는 햇살에 따습고 기온차가 커서 잘못하다간 영락없이 감기 걸리기에 딱 좋은 날씨다. 겨울비가 한차례 지나간 자리엔 살얼음이다. 벌써 겨울이 피부로 느껴진다. 올 겨울에는 혹한이 아닌 삼한사온의 전형적인 겨울 이였으면 좋겠다.

 

거리마다 곱게 물들었던 단풍잎도 바람에 하나 둘 떨어져 아스팔트위에 뒹군다. 앙상한 가지를 보면서 언제 봄이 오려나 했었는데 봄도 오고 여름도 오고 그리고 가을이 깊어가더니 그새 그 끝에 겨울을 맞이하고 보니 금방 또 봄이 오겠지 마음의 위안을 삼아본다.

 

미풍에도 떨어지는 낙엽을 치우느라 환경미화원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양쪽 도로에는 낙엽을 담아 놓은 자루가 즐비하다. 밭에 심어 놓은 과실나무 아래는 수확하고 나서도 풀들이 얼마나 기승을 부리는지 내내 예초기로 풀을 깎아 내야 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어찌나 생명력이 강한지 틈새를 보이면 금방 쑥쑥 자란다. 혹시라도 나무아래 낙엽이라도 두둑하게 깔아 놓으면 혹시 풀들이 덜 나오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도로변에 낙엽을 담아 놓은 자루를 얻어 와서 과실나무아래 뿌렸다. 그 속에는 예쁜 은행잎도 단풍잎도 누군가 피다 버린 담배꽁초들, 먹다버린 음료수의 각종 플라스틱 병 빈 캔들이 들어있어서 마음이 무거웠다. 분리수거가 좀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마 전 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우려 하자 곁에 있던 지인이 농담 섞인 말로 남의 일자리를 빼앗는 행위는 하지 말라며 말린다. 정말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편치 않았었다.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누군가 치워줘서 깨끗한 거리를 이용하는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기분 좋은 일이지만 이왕이면 누군가가 아닌 모두가 다 같이 깨끗한 생활 주변을 유지해 나간다면 더 좋은 일이 아닌가 싶다. 분리수거가 생활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미분류된 쓰레기들을 더러 볼 수 있다. 단풍으로 곱게 물든 산속에도 누군가 갖다 버렸는지 믿기 힘든 이상한 폐기물을 가끔 볼 때가 있다. 들고 오기엔 힘이 버거운 그런 쓰레기들을 치우려면 보통일이 아닐진대 말이다. 누군 버리고 누군 줍고. 오고가는 산자락입구에 쓰레기 되 갖고 오기 라는 푯말도 자주 본다. 언젠가는 그런 문구의 푯말도 사라지리라 믿는다. 거리마다 마다 깨끗함으로 눈부신 그런 세상 속에서 미세먼지도 없는 그런 세상을 꿈꾸는 일 또한 없기를 바란다.

 

스산한 가을 끝자락에서 한해 마무리해야 하는 바쁜 달 12월이다. 한해 이루고자 했던 꿈들을 되돌아보지만 이룬 것이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그리 걱정할 것도 아니다. 또 다가오는 새해가 있으니까 말이다. 이제 남은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무탈하게 지내온 것에 감사하고 새해 소망을 다시 할 수 있음에 더 감사하는 일이 더 중요 하지 않은가 싶다.

 

오늘 중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싶다. 오늘 중 지금을 잊고 바동거리며 전전긍긍하면서 늘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조차 모르고 사는 것이 문제 중에 문제다.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아 왔으니 이제 부터라도 매사를 서두르지 말고, 한 박자만 늦추고 시작해보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한번 시도해 보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 같다. 마무리 하는 달 12월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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