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한 날

박상옥 | 기사입력 2019/11/19 [13:51]

부부싸움 한 날

박상옥 | 입력 : 2019/11/19 [13:51]

[동시]

 

부부싸움 한 날

 

                  김경구(1966~ )

 

엄마 아빠 칫솔

서로 마주 보게

엄마 아빠 신발

서로 마주보게

 

쪽!

뽀뽀하게 만든다

 

빨랫줄에 엄마 아빠 옷도

서로 마주 보게

 

끌어안게 만든다.

 

 

▲ 박상옥 시인     ©

위의 동시에선 가족의 사랑과 평화를 원하는 아이의 깜찍한 행동이 잘 드러나 읽으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만든다.

 

아침부터 평화를 바라는 동시를 읽었으니 오늘 하루 누구랑 언짢은 일 생기면 신발 코라도 마주보고 잠시 서서 그 눈빛 바라봐야겠다. 미안하다 먼저 말하고 일부러라도 꽉 끌어안아 봐야겠다.

 

그래서 화해가 될지 모르지만 그런 행위자체가 불러오는 위안이 있을 테다. 아이의 소망이 계산하지 않은 행위의 순수함에 있지 않은가.

 

세상의 모든 동시(童詩)는 어린이를 위하여 지은 시다. 동시는 어린이가 지은 시이며 어른이 지은 시로서, 나이 상관없이 심리적 동심을 원형으로 한다.

 

동시에는 어린이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꾸밈없이 솔직하게 쓴 동시는 어린이만의 순수한 관점으로 하여, 사물의 핵심을 잘 꼬집어 표현하기도 한다. 따라서 어른들의 시(詩) 못지않게 독자의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가정이든 정치든 어른들이 싸움하는 모습만 보이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날이다. 겉모습이 자꾸 살벌해지는 내 안의 동심에게 늘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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