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안의 치안과 질서유지 – 대식세포는 변형된 세포들의 저승사자인가 포식자인가?

허억 | 기사입력 2019/04/23 [16:28]

우리 몸 안의 치안과 질서유지 – 대식세포는 변형된 세포들의 저승사자인가 포식자인가?

허억 | 입력 : 2019/04/23 [16:28]

▲ 허억 명예교수(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면역학교실)     ©

우리 몸 안에서 변형된 세포들이란 노화세포, 종양세포, 감염세포, 비정상 성숙세포, 손상 입은 세포 등을 말한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들은 수명이 있는데 세포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짧으면 몇 주, 길면 약 1년 정도다. 면역세포 중 하나인 기억세포의 수명은 우리 수명과 평생 같이 가기도 한다. 이들 기억세포가 있기에 독감 및 일부 예방접종을 제외한 다른 예방접종효과(예, 소아마비예방접종)가 평생 가는 이유이다. 변형된 세포들은 빨리 우리 몸 안에서 사라지는 것이 건강을 위해 필수 조건이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몸은 큰 병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이러한 심각한 상태의 해결은 대식세포가 해결해 주고 있다. 다른 면역세포도 변형세포들을 제거하지만 주로 대식세포가 주된 제거작업을 한다. 이러한 연유로 대식세포를 우리 몸 안의 변형된 세포의 저승사자 또는 포식자라 부르기도 하다. 그래서 이들은 대식세포들을 무서워해 면역회피기전을 이용해 피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 우리 인간도 당연 저승사자를 무서워하겠지. 우스갯소리로 “소똥에 미끄러져도 이승이 좋다”고 하고, 인생살이가 아무리 힘들어도 “지금 당장 천당 갈래? 아니면 살래?” 하면 다들 “살래”로 대답한다고 하잖아요.

 

대식세포의 대표적인 작용에는 대식세포의 활성화 전후로 나누워 언급하는데 활성화 전에는 세균의 탐식 살균, 이물질과 노화세포의 제거, 항원제시가 있다. 활성화 후에는 세포 내 병원체 살균, 면역 활성물질인 각종 사이토카인 생산, 바이러스(virus) 불활성화, 항종양작용 등이 있다. 우리 몸에 멍이 든 것은 멍이 든 부위의 세포들이 손상을 입었거나 죽은 세포들이 많이 있다는 표시인데 이 멍이 빨리 사라지는 것은 대식세포의 강한 탐식작용 덕분이다. 병원체 탐식 후에는 병원체 분해와 동시에 병원체 분해 물질 일부를 잘게 요리해 주조직적합복합체 MHC라는 쟁반에 담아 T 림프구에 대접하면서 T 림프구의 활성화를 유도한다. T 림프구의 활성화는 T 림프구 의존성 항체생산과 더불어 세포살해 T 림프구의 활성화를 위한 사이토카인 면역 활성물질 생산을 유도한다.

 

우리 몸 안에서 필요가 없는 변형된 세포들은 대식세포들에 의해 탐식되어져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핵산 미네랄 등의 재료로 재활용되어진다. 우리 몸은 재활용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기에 각종 변형된 세포들의 사체를 그냥 없애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재활용해 사용한다. 우리 몸 어디에도 이런 사체들을 아무렇게나 버릴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이들 사체들이 우리 입으로 직접 유입되지 않으니까 징그러운 줄 모르고 우리가 생활하지만 실은 영양섭취 일부는 변형세포 사체를 재활용해 산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체들을 에너지화 하거나 각종 영양소의 소재로 재활용하는 양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이들을 재활용하지 않으면 우리는 외부로부터 엄청난 양의 음식을 섭취해야 된다.

 

우리 몸 안에서는 초당 수만 개의 변형된 세포가 죽어 나가고 그 수만큼 세포가 생성되어진다. 이를 보면 우리 몸 안은 죽음과 탄생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초당 수많은 장례가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애도를 표하지도 않고 이무일도 없는 듯 태연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이런 현상을 눈으로 볼 수 없게 해주신 조물주에게 깊이 감사하고 싶다. 만약 조물주가 이런 미세한 현상까지 눈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우리 인간에게 주었다면 우리는 한 순간도 제정신으로 살 수 없고 미칠 것이다. 세상에서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보다 어림잡아 수천만 배 더 많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이 세상에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머리와 마음으로 그리고 전자현미경으로 보는 것이 수천만 배 이상 더 많다는 얘기다. 사실 세상만사 다 볼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볼 수 있는 초능력의 눈이 우리 삶의 능사는 아니다.

 

손자병법에 “공격은 신속하게 방어는 조용히 하라”라는 병법처럼 우리 몸 안의 면역체계가 병원체를 신속하게 없애지 않거나 병원체의 공격을 쥐도 새도 모르게 조용하게 방어하지 못할 때는 우리는 병으로 고통 받게 된다. 제일 좋은 것은 “백전백승이 최상의 방법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라는 손자병법처럼 병원체가 아예 우리 몸을 침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최상이지만 이런 경우는 기대할 수도 없고 또한 우리 인생살이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적이 드문 심산유곡이 아닌 이상 우리 주위 어딜 가나 병원체들이 많다. 이들 병원체들의 주거선호 제1순위가 다름 아닌 우리 인간의 몸인데 가만히 우리 몸 밖에서만 이들이 맴돌고만 있겠는가? 이 병원체들은 우리 몸에 빨리 침투해서 재미나게 살아갈 궁리만 하는데 어떻게 이들 병원체들을 당해낼 수 있겠는가? 이에 대한 답은 단 한 가지인데 대식세포 등의 활성을 위해 강한 면역력을 지속시키는 슬기로운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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