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연습 중

남상희 | 기사입력 2019/03/04 [09:24]

이별 연습 중

남상희 | 입력 : 2019/03/04 [09:24]

▲ 남상희 시인     ©

우린 매일 알게 모르게 체감으로 느껴지지 않는 작은이별을 연습한다. 살면서 이별 없는 것이 없다. 늘 새롭게 만남을 하다보면 꼬리처럼 따라다니는 것 또한 이별이 아닌가 싶다.

 

오늘과의 만남도 내일이라는 또 다른 시작이 있기에 순간순간을 보내고 맞이하고 있다. 찰나와의 이별도 우린 늘 깨닫지 못하고 그러려니 하면서 눈치 채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순간의 터치로 우린 바람이려니 한다. 하지만 그 작은 느낌의 바람은 같은 느낌으로 맞이할 수는 없다. 순간 지나가면 그만이다. 이 또한 이별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생을 시작하면 언젠가는 생과의 이별이 우리에게 한번은 다가오고 있음도 깨달아야 하지만 절대로 그런 이별은 없을 거라 믿는다. 이별이란 언제나 남의 이야기고, 먼 세상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거라 믿고 또 믿는다.

 

계절과의 만남 속에 겨울과의 이별 뒤엔 봄이라는 따스함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 따스함의 봄날이 왔다고 좋아라. 하지만 금방 여름이라는 계절에게 떠밀려 나고, 여름도 마찬가지로 가을이라는 계절 앞에서 떠날 줄 알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다. 그런 사계절은 일 년 365일을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고 돌지만 그 사계절의 느낌은 결코 한결 같이 않음도 우린 알고 있다.

 

청명했던 하늘을 언제나 볼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한두 번 보기도 그리 쉽지가 않다. 오랜 세월 자연이 주는 선물에 고마움을 깨닫지 못했던 탓도 있다. 이젠 자연이 주는 선물도 풍성하지 않다. 더 늦기 전에 우린 자연과 타협을 할 때가 온 것 같다. 가끔은 수긍도 하고, 희생도 해야 하는데 인색하기만 세상이라고 한탄만 한다.

 

내가 인색한 것은 아닌지 생각도 하지 못하는 세상 속에서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이젠 작은 것 하나에도 우린 시작의 의미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별의 아픔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이별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 함께 한 자연과의 이별도 중요한 것 같다.

 

요즘은 결혼이라는 둘레에서 부모형제와의 이별이 자연스럽다. 어릴 적 부모님은 내 생애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였다, 하지만 세상 살만큼 살았다고 짝을 만나면 언제 그런 날들이 있었든가 기억도 가물거린다. 하지만 제각기 삶속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앞뒤를 제대로 볼 수 가 없다. 그래서 눈뜬 봉사라고도 한다. 콩깍지가 끼어서 나만의 행복만 최고다. 하지만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 세월 속에 이별이라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린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면서 살아가는 지혜가 우리 삶에 먼저 자리를 차지했다면 어쩌면 이별이 아름다움으로 승화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이별은 내게 그저 생경스럽기만 하다.

 

주말이면 가끔 찾아오는 손주 녀석과의 헤어짐도 익숙하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말은 하지 못해도 나름 헤어짐의 아쉬움에 칭얼대는 어린손자의 모습을 보면 더욱더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늘 정들다 싶으면 발령이 나서 다른 부서로 가야 한다. 그때마다 송별식을 하게 된다. 짧은 순간이지만 헤어짐이란 이별 앞에선 언제나 마음이 약해진다. 말은 하지 않아도 이별의 섭섭함에 눈가가 젖는다. 새로운 부임지에 갈 때마다 정주지 않으리. 다짐도 해보지만, 나이가 더하면 더할수록 새록새록 정이 드는 것을 느낀다. 나이를 넘나드는 섭섭함에 눈물은 언제나 헤어지는 아쉬움에 먼저 주책을 떤다. 함께 공유해지는 마음이 없다면 이런 아쉬움도 없겠지만 어쩌면 이별이 주는 행복도 만만찮다. 이제 만남이란 행복보다는 다가올 이별 앞에 담담해 져야 한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 중에 시구가 이별 앞에 또는 첫 만남에 서두로 나를 소개하게 된다. ‘우린 만날 때 헤여질 것을 염려하듯이 헤어질 때 만날 것을 믿습니다.’ 오늘도 나는 이별을 연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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