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자랑

박상옥 | 기사입력 2018/12/31 [08:53]

책자랑

박상옥 | 입력 : 2018/12/31 [08:53]

[특집] 권태응 탄생 100주년 대표 시 50편

 

 

책자랑

 

                                  권태응

 

할아버지 책자랑은 어려운 한문 책,

그렇지만 그것은 중국의 글이고.

 

아버지 책자랑은 두꺼운 일본 책,

그렇지만 그것은 일본의 글이고.

 

언니의 책자랑은 꼬부랑 영어 책,

그렇지만 그것은 서양의 글이고.

 

우리 우리 책 자랑은 우리나라 한글 책,

온 세계에 빛 내일 조선의 글이고.

 

*권태응(1918~ 1951) 충주출신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 박상옥 (사)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장     ©

생각이나 사상을 종이로 묶어서 태어난 책은 지은이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나라와 민족을 대변합니다. 책은 태어나자마자 사람들 마음속으로 흘러갑니다. 나라와 나라사이를 흘러갑니다. 내용이 좋아 우리들 삶에 이로움을 주는 좋은 책은 사람과 한 몸이 되어 잘 흘러갑니다. 불태워 사라지기 전까지가 책의 목숨이라서 책은 인간의 고귀한 정신의 푯대가 되는 게 소망입니다.

 

할아버지가 책 자랑을 하시는데 어려운 한문책입니다. 아버지가 책자랑은 하시는데 두꺼운 일본책입니다. 언니가 책 자랑을 하는데 꼬부랑 영어책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우리 책자랑은 한글 책”이라서 “온 세계에 빛 내일” 우리글이라고 떳떳이 주장합니다. 우리글을 마음대로 말하지도 누리지도 못하고 억압받는 중에도 우리글에 대하여 저리 단단한 자부심을 가졌던 동심이라서 우리글은 100년 이후 지금처럼 세계사에 빛나는 글로 우대받고 있습니다.

 

전자책이 나오고 상용화 되어서 책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종이책의 입장에선 결코 안도 할 수 없는 격랑의 세태입니다. 그렇더라도 좋아하거나 귀한 자료가 되는 책은 소장하여야 하고, 밑줄도 긋고, 참고도 적어야 하는데 책이 사라지기야 하겠습니까. 너도 나도 전자책만 보다보면 종이책이 귀해져서 책 소장이 자랑이던 시대가 다시 올 수 있지 않을까요. 100년 전의 동심을 품고 글자와 정신을 담은 우리말 책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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