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나기

남상희 | 기사입력 2018/08/20 [08:37]

여름 나기

남상희 | 입력 : 2018/08/20 [08:37]

▲ 남상희 시인

언제쯤이면 이 무더위가 갈까? 매일 빈다, 어서 어서 가라고. 지루하도록 더운 날들의 연속이다. 내생애에 없었던 백여 년 만에 찾아온 폭염이란다. 밤엔 열대 아로 밤잠을 설치기가 일쑤고, 한낮의 폭염이란 형용할 수가 없다. 잠시 밖이라도 나갈 양이면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다. 가뭄과 폭염으로 농작물도 다 타들어간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그랬던 하루들이 모이고 한 달이 넘어가는 길목에 희망으로 다가오는 24 절기중 하나인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입추가 지나서일까 온도가 현저하게 내려가는 것이 피부로 느껴본다. 아직은 한낮의 더위는 염소 뿔도 녹는다는 대서 같은 매일이지만 그래도 초복 중복 말복도 지났으니 이젠 살맛나는 세상이 오려나 싶다. 유례없는 폭염으로 피서지마다 한산하기만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여름휴가도 반납하고 오히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이 피서 아닌 피서라고도 한다. 주말에 아이들과 나들이 나왔다가 햇볕에 데어 죽을 뻔 했다며 다시는 여름날 나들이 다니지 않을 거라고 다짐도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대형마트에 들려 보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마도 여기가 피서지 아닌 피서지로 제격이 아닐까 싶다.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려고 아이들이 왔지만 갈 곳도 없고 집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얼마 전 돌잔치를 맞이한 손주 녀석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걸음마 맹연습으로 땀으로 범벅이다. 행여나 땀띠라도 날까 선풍기랑 에어컨이 온종일 돌아간다. 손주태어나기전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연속가동이 손주사랑에 푸욱 빠진 대가라면 폭탄 맞을 전기료쯤이야 감당해야 하리. 하루하루 다르게 재롱이 늘어간다. 돈으로 살수 없는 순간들이다. 때론 더위도 이런 모습에 잊어버릴 때도 있으니 말이다. 지치지도 않고 온종일 에너지가 넘쳐 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어쩌다 며칠이다. 있을 때 듬뿍 사랑을, 행복을 만끽해야 한다. 온종일 아이 돌보느라 여가시간 없는 어미를 위해 영화감상이라도 해주려고 영화관을 찾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북적인다. 여기도 피서지에 제격이다. 손주 녀석을 맡기고 영화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유모차에 손주를 태우고 두어 시간 함께 놀아줘야 한다. 잠이 오는지 어미를 찾다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쾌적한 온도에 스르르 단잠에 빠진 모습을 담아 어미에게 보낸다. 걱정하지 말고 영화감상 잘하라고. 이렇게 여름나기에 하루를 더해본다. 얼마 전에도 휴양림 콘도에서 2박3일 동안 시원하게 여름을 보냈다. 너무 더워서 피서라도 가자는 언니의 제안으로 번개 모임을 했었다. 연로하신 친정엄마는 오랜만에 단잠을 맛보았다고 행복해 하셨다. 혼자서 에어컨을 켤 수가 없어서 하루에 샤워를 서너 번씩 해도 너무 더워 밤잠을 설치셨다고 하신다. 자식 된 마음에 안쓰러워 제발 전기료 아끼시지 마시고 건강이 중요하니 더울 땐 사용하시라고 해도 몸에 배인 노모의 절약정신은 본 받아야 한다. 요즘시대에 사는 사람들 더러는 참을성도 부족하고 절약보다는 소비에 익숙하다. 어쩌면 핵가족 부모들이 지나치게 과잉보호해서 키워낸 후세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내 아이들의 아이는 인내심도 절약정신도 함께 공유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다음 세대에서는 볼 수없는 그런 세상에서 열기로 후끈대는 폭염으로 지루한 여름도 또 다른 도전으로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다가올 내일도 오늘이기에 오늘 멋지게 여름나기를 지혜롭게 보냈다면 걱정할 내일이 없을 테니 세상 살맛이 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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