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동무

박상옥 | 기사입력 2018/08/06 [12:44]

맨발 동무

박상옥 | 입력 : 2018/08/06 [12:44]

[특집] 권태응 탄생 100주년 대표 시 50편

 

 

맨발 동무

 

                        권태응

 

우리 동무 모두모두 맨발 동무.

풀밭에 모래밭에 맨발 동무.

손을 잡고 나란히 맨발 동무.

 

우리 동무 모두모두 맨발 동무

강아지도 송아지도 맨발 동무

걷고 뛰고 노래하고 맨발 동무

 

 

*권태응(1918~ 1951) 충주출신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 박상옥 (사)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장     ©

원시에는 인류도 동물처럼 맨발로 흙을 밟고 살다 갔습니다. 이제 우리는 산책길에 건강을 위해서만 맨발로 걷습니다. 맨발로 살던 인류의 처음은 가장 원시적이었지만 가장 순수하고 순결한 야생의 일원으로 살았을 겁니다. 발은 몸의 두 번째 심장이라고 합니다. 많은 의사들이 말하길, 맨발걷기는 최고로 훌륭한 약이라고 합니다. 야생과 건강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생각합니다. 곱지는 않지만 축구선수 박지성, 발레리나 강수진, 피겨여왕 김연아의 발은 끈질기고 피나는 노력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맨발만 들어갈 수 있는 회교도 모스크에서, 불교 경내에서, 수많은 신도가 절하며 드러내던 맨발의 장관이 떠오릅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조선 왕실에서는 왕족들은 절대 맨발을 노출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우리사회 예절에서는 공식적인 행사에서 맨발을 그대로 노출하길 꺼려합니다.

 

맨발에 대하여 생각하다보니, 여름날 개울건너 작은댁에 심부름 가다 징검다리에 걸터앉으면 시냇물이 맨발을 간질이던 생각이 납니다. 물고기들이 내 맨발에 마구 뽀뽀를 하던 어린 시절 생각이 납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허물없는 맨발동무는 모두 순수하고 위대한 것만 같습니다. “풀밭에 모래밭에 맨발 동무 / 손을 잡고 나란히 맨발 동무 / 우리 동무 모두모두 맨발 동무” 맨발이 거룩한 경전만 같습니다. 히포크라테스는 ‘맨발을 마음대로 걸어도 되는 환경과 맨발을 걷고 싶은 마음속에 천국이 있다’ 했습니다. 오늘, 21세기 맨발 언저리에 더위와 천국이 주춤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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