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권태응 탄생 100주년 대표 시 50편
별님동무 고기동무
권태응
푸른 푸른 하늘엔 별님 동무 살고 반짝반짝 밤마다 아기하고 놀고
푸른 푸른 바다엔 고기 동무 살고 철석철석 날마다 헤엄치고 놀고
별님 동문 바다까지 내려오고 싶고 고기동문 하늘까지 올라가고 싶고.
*권태응(1918~ 1951) 충주출신 시인이며 독립운동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빈자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었습니다. 마당 가운덴 평상이 놓여 있고, 쑥 모깃불을 피우고 어른들은 두런두런 집안 얘기며 날씨 얘기며 농작물 얘기나 이웃집 안부를 나누시고. 티브가 없어선지 어린 시절 상상력은 오히려 풍부했습니다. 엄마의 부채 바람 아래 누운 언니동생이랑, 꼬리 길게 사라진 유성물고기는 또 다른 천상으로 갔을 거라며 우주를 종알거렸습니다. 모내기 물을 가둔 논마다 개구리 울음에 별이 뛰어내릴 것만 같이 초롱초롱 맑은 밤이었습니다. 따스함이 가득한 권태응 선생님의 상상력이 말을 하십니다. “푸른 푸른 바다엔 / 고기 동무 살고 / 철석철석 날마다 / 헤엄치고 놀고, 별님 동문 바다까지 / 내려오고 싶고 / 고기동문 하늘까지 / 올라가고 싶고” 동무 때문에 내려오고 싶고 올라가고 싶은 마음까지 읽어주십니다. 지금이야 친구란 말이 ‘동무’보다 일상적으로 쓰이지만, 아주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어른들도 참으로 예삿말처럼 쓰시던 말이 ‘동무’였습니다. 서로 통하여 친한 사람은 다 동무인데, 북쪽에서 상대의 호칭을 무조건 ‘동무’라 하니, 자연스레 북쪽 언어처럼 인식되어 온 것이 ‘동무’입니다. 권태응 선생님의 시에는 유난히 ‘동무’란 단어가 많습니다. ‘동무’를 두고, 외마디 그리움처럼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세대는 떠나갔지만, 통일이 되면 잠시 크게 인기가 있을 거란 ‘동무’ 생각에 웃음이 납니다. 오늘은 수없이 명멸하는 우리말 중에 ‘동무’란 따뜻한 이름 자리를 가늠해 봅니다. <저작권자 ⓒ 충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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