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삶

남상희 | 기사입력 2018/05/28 [10:59]

진정한 삶

남상희 | 입력 : 2018/05/28 [10:59]

▲ 남상희 시인     ©운영자

내게 말없이 와서 잠시 머물다 간다고 예고도 없이 그렇게 며칠을 서성대더니 산자락엔 녹음이 점점 짙어지는데 봄날은 간곳없고, 어스름 저녁 무렵 가로수 산딸나무는 달밤에 더욱 하얗게 빛을 낸다.

 

이런 날이 내게 올 거라 생각지도 않았는데 덤으로 사는 세상이라 혹시나 기대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속깊이에서 언제나 간절히 소원했던 그런 일들이 요즘 하나 둘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해 본다. 허리춤 졸라매고 아이들 키우면서 나도 언젠가는 돈 벌어서 내 어버이한테 효도도 하고 용돈도 드릴 그런 날 오겠지 마음속에 묻어 둔 채로 우리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끔은 그렇게 살아온 세월 앞에서 용기를 내야 할 때가 있다. 바람은 그저 바람 일 뿐 용기가 없다면 소용없다는 것도 안다. 어떤 일이든 처음 실천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그리 어렵지 않음도 안다. 내 삶의 무게가 더러는 가벼울 때도 있고, 때에 따라 무게를 느낄 때도 있다. 아주 가끔은 지나온 세월을 한 번씩 뒤 돌아 본다. 후회보다는 만족하다는 마음이 들 때는 내 삶의 무게는 가볍다. 하지만 뭔가 아쉽고 후회스럽게 여겨질 때면 삶의 무게가 한없이 무겁게 여겨진다. 어쩌다 한번이 두 번이 될 수 있고 두 번이 세 번 네 번 반복할 수 있기에 작은 용기를 내어 본다.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이다음에 시간나면 해야지 하지만 그 또한 바람일 뿐인 것을.... 해서 마음을 바꿔보기로 했다.

 

아들딸 가리지 않고 둘도 아닌 셋을 키우다 보니 웃는 날이 더 많다. 그런 날들의 연속인 것을 이제야 또 알게 된다. 젊어서 부러울 것 없고, 무서울 것 없는 천하장사처럼 살아오신 내 어버이처럼 우리내도 그렇게 살았다. 그것이 최선이고 정답인줄 알았기에. 어느새 내 아이들 삶속에 내 모습 보인다. 물려줄 재산은 없어도 삶의 지혜가 커다란 재산이 되리라 믿는다. 내 부모는 언제나 젊고 당당한 내 울타리인줄 알았는데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연로하신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와 눈을 아프게 한다. 이런 날이 내게 올 거라 생각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내 눈에 보이는 내 어버이의 모습처럼 언젠가는 내 모습은 내 아이들한테는 그렇게 비춰지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당신이 겪어온 세월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답습하듯 살아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어느새 내 아이들도 그 길을 열심히 가고 있다. 그 모습을 들어다 보는 것만으로도 대견스럽고 행복하다. 내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했었던 추억들이 내 삶에 버팀목이 되어 주었듯이 지나온 삶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빗나간 삶이 아닌 것에 감사하며 스스로 칭찬을 해 본다. 그런 날들이 내 앞에 있음에 더 없이 고맙고 감사하다. 작은 것 하나에도 소중함과 만족함을 느낄 때 이것이 진정한 삶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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