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난 최고의 인연

신옥주 | 기사입력 2017/11/21 [13:58]

책으로 만난 최고의 인연

신옥주 | 입력 : 2017/11/21 [13:58]
▲ 신옥주 주부독서회원     ©

내 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부모를 일찍 여의고 힘들게 홀로 성장하면서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나오신 분이다. 6·25를 겪고 칠남매의 자식을 먹이고 입히고 키우시느라 허리 한 번 피지도 못하고 일을 하셨다. 그렇지만 내 기억의 아버지는 집에 계실 때면 항상 책을 들고 계셨다. 친구들 부모님은 TV를 보는 풍경이 더 많은데 우리 아버지는 주로 책을 읽었다. 내가 책을 어려워하지 않고 늘 곁에 두는 것도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집에는 책이 많지 않아서 빌려다보는 일이 비일비재라 책을 읽으면 메모를 하기 시작했었다. 어쩌다 구매한 책은 내 책이란 생각에 계속 반복해서 읽는 습관도 생겼다. 여러 해 독서모임을 하면서 책을 고를 때 나름의 기준도 생기고 책을 분류하여 읽기도 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다음 해에 읽을 책 스물네 권을 선정하는 숙제를 맡는다. 주부라고 가벼운 책만 읽는 것은 아니다. 물론 베스트셀러나 통속류 소설이 빠지지는 않지만, 요즘은 범위를 넓혀 전문서적까지 분야를 넓혔다.

1991년부터 시작한 독서회가 20세기를 지나 21세기가 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공동체에 대한 소통을 중요시하는 '다같이'에서 '개개인 각자'의 시대로 바뀌면서 우리가 읽는 책도 같은 맥락으로 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문제에 대한 정보만 가지고 우왕좌왕할 뿐, 사물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지기 쉽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요즘은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

정독도 중요하고 다독도 중요하다. 무조건 많은 책을 읽을 필요는 없지만 일정량의 책을 읽어야 질이 바뀐다는 저자도 있었는데 독서회원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일 년에 스무 권정도 읽는 것은 많은 독서량은 아니지만, 해마다 우리 회원들의 독서량이 늘고 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숙제처럼 주어진 책을 읽기도 벅차하던 사람들이 이젠 같은 작가의 또 다른 저서를 찾아 읽고 오거나 본인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 책을 읽고 추천해준다. 따지고 보면 일 년에 50권 정도는 훌쩍 넘기게 된 것이다.

처음 발을 들여놓는 회원들은 주로 통독을 한다. 통독하기란 말 그대로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이다. 가장 기초적이며 필요한 독서법이지만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이 통독이다. 독서 회원이 되면 처음에는 억지로, 숙제로, 간신히 읽어왔다고들 말하였다. 그런데 독서를 하면 할수록 차츰 책 한 권 완독하기가 쉬워졌다고 한다. 탄력이 붙으면 저자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싶어진다. 독서를 많이 하면 자동적으로 그렇게 된다. 한 저자의 책을 여러 권 읽다보면 그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어떤 신념을 가지고 글을 쓰는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알게 된다.

또한 전에는 책만 읽고 끝났는데 이제는 다들 독서록을 기록하고 있다. 적으면 한 페이지 정도, 많으면 서너 장은 족히 되는 분량이다. 메모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는데 우리 회원들은 다들 메모광이 되었다. 책을 읽다가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구절이나 감동받은 구절을 적어 놓기도 하고 자기 생각을 덧붙이기도 한다. 이제 우리 회원 모두에게 사색하고, 독서하고, 토론하고, 자료를 찾아 탐구하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 책을 읽고 정답을 찾는 모습보다 다름을 인정하는 우리. 스스로 좀 더 성숙해 지기위해 책을 들고 만나는 우리.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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