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여름방학

강준희 | 기사입력 2017/08/22 [11:26]

내가 꿈꾸는 여름방학

강준희 | 입력 : 2017/08/22 [11:26]
▲ 강준희 중산고 교사     ©

여름방학이 끝났다. 아무 일 없이 늘 그렇듯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다가 다 끝났다. 내가 꿈꾸는 여름방학은 최소한 보충수업을 하고 자습을 하고, 집에서는 게임을 하고 TV를 보고, 주말이면 축구를 하고 영화를 보는 이런 무미건조한 것들의 반복은 아니었다.

한 달간의 방학이 무언가 특별히 삶의 의욕을 솟구치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무언가 색다른 경험과 사색의 시간이 있었으면 했다. 예전처럼 시골의 외가에 가서 공부와 가족과 동떨어져 한 일주일간 아무 생각 없이 놀기만 하던가, 청학동이라도 가서 종아리라도 맞고 오던가, 이런 경험을 누구나 할 수 있었으면 했다.

내가 꿈꾸는 여름방학은 이렇다. 일단 방학을 하고 나서 한 삼일은 무작정 쉰다. 그동안 학교의 일상에 지친 몸을 쉬고 마음도 비우고 나서 무언가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계획을 세운다. 방학이 4주라면, 방학 처음 3일과 끝의 3일은 무작정 쉬고, 1주 정도는 공부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이나, 공부를 해야겠다는 다짐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경험을 했으면 한다.

학교에서 보충수업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학생들이 평소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이 무엇인지, 신명을 바쳐 할 수 있는 흥이 나는 일이 무엇인지 조사한다. 그것이 야영생활일 수 있고, 지리산 종주나 기차로 우리나라를 한 바퀴 도는 여행이나, 태국, 베트남 같은 동남아 자유여행 등 해외여행일 수도 있다. 한 일 주일 기간은 교사들이 나서서 그런 계획을 세워 운영한다. 울릉도 독도탐방, 휴전선 따라 걷기, 캠핑, 관동별곡 따라 걷기, 나라별 해외여행, 서울 구석구석 기행하기, 제주도 여행, 대학 탐방, 문학관 탐방, 설악산 등반 등 다양한 계획을 세워서 학생들을 모집하여 원하는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체험을 선택했기 때문에 일정정도 비용을 치르더라도 기쁘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성찰과 성장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기록하면서, 자기가 걸어온 시간들과 앞으로 살아야할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방향과 계획을 세워가는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방학이 끝나면 특별했던 그 경험으로 인해 한층 더 성숙하고 야무진 마음으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어쨌든, 방학만이라도 하기 싫은데 억지로 공부하는, 비효율적이면서도 불행한 시간은 없었으면 좋겠다.

방학이라고 해도, 입시나 내신 성적 등으로 인해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학생들의 현실이니 나머지 2주 동안은 좀 제대로 된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제대로 된의 의미는 학생들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하고 싶어서 하는 즐겁고 유익한 공부라는 의미이다.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자신이 선택해서 하는 그런 공부를 했으면 한다. 예를 든다면, 자신이 취약한 어느 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서 부족한 부분을 만회하거나 자신감을 되찾는 공부를 해보는 것이다. 영어나 수학이나 어느 한 과목이나, 한 단원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거나, 화학이나 생명과학 등 과학 탐구교과의 실험이나 일본어, 중국어 등 제2외국어 회화, 소논문쓰기, 서평쓰기, 책만들기, 과제연구 등 평소 교과서 진도에 쫓겨 하기 힘들었던 심화학습이 있다면 한 번 매달려 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하고도 열린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개인적 요구와 상관없이, 단순 반복의 문제풀이나 일제형 강의 등은 지양했으면 한다. 개개인의 요구와 필요가 반영되지 않아 흥미와 관심이 없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고 설레는 경험으로 가득한 여름방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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