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김영희 | 기사입력 2017/04/26 [16:08]

무궁화

김영희 | 입력 : 2017/04/26 [16:08]
▲ 김영희 시인     ©

우주는 별을 무수히 품고

태양은 빛을 아끼지 않으며

땅은 씨앗을 가리지 않는다

바다는 흘러온 물을 가리지 않으며

구름은 가는 길을 묻지 않는다

바람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대한민국 나라꽃은 무궁 무궁화

세계 속에 피어나네

 

엄한 햇살의 품에서 4월이 일구어낸 봄이 무성해진다.

방긋방긋 해맑은 봄이 하나 둘 푸른 함성을 지른다. 새들이 찾아와 맑은 소리로 함께한다. 사람들은 봄을 놓칠세라 이리저리 바쁘다. 인간의 손에서 자유로운 자연은 스스로 강하다. 나무들을 바라본다. 나무는 많고 많다. 들과 마을에는 심어진 나무도 많다. 그 중에는 천년을 넘게 사는 나무도 있다. 그런 나무를 볼 때마다 저 나무를 누가 심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나무는 수없이 많지만, 살면서 나무를 심어본 일은 고작 영산홍 몇 그루다. 그런 나에게도 412일 나무 심을 기회가 왔다. 지인이 무궁화 심는 행사에 초대를 한 것이다. 심을 장소는 서울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 정원이라고 한다. 행사장에 가보니 주최는, 사단법인 자연사랑. 무궁화사랑 총연합이다.

오전 1030분 국민의례가 끝난 후 나무 심는 방법을 간단하게 배웠다. 무궁화는 자라던 방향대로 심으라고 했다. 참가한 사람들은 무궁화를 한 그루씩 받아서 정문 입구 연못가로 갔다. 그곳에서 삽으로 흙을 파고 거름을 듬뿍 뿌렸다. 뿌리가 튼실한 무궁화를 충분히 묻힐 정도로 판 다음 물뿌리개로 물도 듬뿍 주었다. 무궁화를 심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애국심이 묻어났다. 나는 무궁화를 심으며 마음이 설레었다. 나무를 심는 일은 미래를 심는 것이다. 나보다 더 오래 살 생명을 심는 일이다. 더군다나 나라꽃무궁화를 심는 것은 의미가 더 크다. 무궁화를 심은 후, 나는 돌멩이 서너 개를 올려놓아 표시를 해뒀다. 정성을 다해 심은 무궁화가 피어날 생각을 하니 미리 감동이 일었다. 무궁화를 심은 후, 주최 측에서 준비한 점심을 먹으며 각자 소개를 하였다.

그러나 무궁화는 우리나라 꽃이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법령으로 제정되지 않은 국화다. 이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에는 市花, 에는 都花가 다 정해져 있다. 그런데 어찌하여 무궁화는 아직도 법령으로 제정되지 않는가. 꽃말 그대로 <다함이 없는>무궁이여서일까.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신라의 효공왕은 당나라 광종에게 보낸 국서에 근화향<槿花香>무궁화의 나라라고 지칭했다. 고려의 예종도 고려를 근화향이라고 했다. 조선시대의<규원사화>에는 훈화<薰華>향기 나는 꽃이라 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으로 불린 것은 조선시대 후기, 독립문 건축기념 행사 때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궁화는 중국. 인도가 원산지로 알려졌지만 학계에서는 원산지가 시리아라는 등 학자마다 주장이 명확하지가 않다고 한다. 무궁화는 옛날 중국에서는 으뜸의 꽃으로, 군자의 기상을 지닌 꽃이라 예찬했다. 서양에서도 그 이상의 샤론의 장미라 하여 무척 사랑한다고 한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집집마다, 마을마다 무궁화를 볼 수 있었다. 우리 집 샘가에도 무궁화가 있었다. 어머니는 무궁화를 보면서, 무궁화는 아침에 피어서 저녁에 지지만 백일을 매일 핀다고 들려주었다. 그러나 점점 무궁화가 눈에서 멀어졌다. 다행히 요즘은 무궁화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무궁화를 사랑하고 심는 단체도 늘고 있다. 아이들이 배우며 자라는 학교에는 반드시 무궁화를 심어 아이들이 나라꽃을 아끼고 친해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사람은 미래를 심어 이름을 남기고, 나무는 재목으로 이름을 남기고, 꽃은 향기로 이름을 남긴다.

88일은 무궁화의 날이다. 무궁화의 이름처럼 영원무궁토록 아름답게 발전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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