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 해도 정신건강이 최고

남상희 | 기사입력 2016/11/08 [09:21]

뭐니 해도 정신건강이 최고

남상희 | 입력 : 2016/11/08 [09:21]
▲ 남상희 시인     ©운영자
알록달록 색동옷으로 갈아입고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한다.
앞산은 벌써 단풍잎으로 치장을 하고 오고가는 이의 눈길을 끌고 있다.
초겨울의 문턱을 넘어가는 입동이다 보니 아마도 바쁜 게 분명하다.
가을비 지나간 자리마다 덩달아 낙엽이 우수수 비처럼 내린다.
가지 끝에 매달인 낙엽들이 하나 둘 일렁이다 훨훨 나비처럼 날아가는 모습을 가만히 보다보면, 그 뒤를 바싹 따라가는 바람도 눈에 들어온다. 바람은 아이처럼 장난도 잘치고, 가끔은 변덕쟁이로 둔갑을 할 때도 있다. 그저 바람은 바람일 뿐이라고 치부하기 일쑤였는데 세수를 더하다보니 어느 사이 바람과 친구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랜 친구인양 바람소리만 들어도 계절을 느끼게 되었고 코끝에 이는 바람 냄새만으로도 봄바람인지 여름, 가을, 겨울바람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요즘 들어 바람친구는 코끝 간지럽히고 있다. 재채기도 나오게 하고 눈물샘을 자극해서 눈물도 나오게 한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미리 미리 사전에 다가올 동장군 이겨낼 채비를 하라는 암시인 것을. 황금물결이 넘실대던 들판이 조금씩 비어가더니 요 며칠 새 텅 비었다. 재촉이라도 하듯 가을비 소식에 일손만 바빠졌다. 한창 거두어 드릴 온갖 가을농작물이 올핸 때 아닌 폭염과 가뭄으로 씨앗도 거두지 못한 것도 있지만 내년을 기약해 본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내 맘대로 어쩌지 못하는 것 또한 알기에 순응하는 것이 최고다. 해마다 가을걷이가 끝나갈 무렵이면 그동안 수확한 각종 무공해 먹거리를 가족 친지 그리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눠주곤 했었다. 올 가을은 넉넉하게 수확한 것이 그리 많지 않아서 지난해 풍년수확으로 보관해 둔 고춧가루를 조금씩 나누기로 했다.
벼농사도 지난해 마지막 수확해서 남겨둔 벼가 있어 얼마 전 방아를 찧었다. 올핸 벼농사가 대 풍년이라 정미소에서 품삯으로 쌀 대신 현금으로 달라고 할 정도다. 쌀 소비가 되질 않아 걱정이라며, 머지않아 정미소 가동이 멈출 것 같은 현실이 곧 우리에게 다가올 날도 그리 멀지 만은 않은 것 같다. 무엇이든 나눔이란 행복하다. 하지만 그 나눔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건강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간절하다.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건강이 있는데 어느 하나만 건강하고 다른 하나가 건강하지 못한다면 건강이랄 수 없다. 그래도 인간사 살다보니 하나씩 고장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서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지만 때론 의지라는 것이 있어 참 다행이다 싶다. 금방 죽을 것 같았는데 살겠다는 의지가 있어 새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참 많은 것을. 주변을 돌아보면 지금도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지인, 친적, 친구 그리고 가족이 있어 마음이 시리다. 하루가 때로는 일 년처럼 느껴져서 더럭 겁이 난다며,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한순간처럼 느껴져 아쉽다며, 그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대신 해 줄 수 없음을 알기에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고, 자기만이 해야 한다면 지금 나를 돌봐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건강은 돈으로 살수 없다. 남을 먼저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먼저다. 자신이 소중하면, 남도 소중함을 알게 된다. 육체적인 건강도 중요하지만 정신건강이 더 중요한 것을 요즘 들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을 느낀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여 시행착오로 벌어진 옳지 않은 일들로 하여금 주변에 커다란 피해를 주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건강은 뭐니 뭐니 해도 육체적인 건강보다 정신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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