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을 보내며

강준희 | 기사입력 2015/12/28 [10:06]

2015년을 보내며

강준희 | 입력 : 2015/12/28 [10:06]
▲ 강준희 중산고 교사     ©
한해가 저물어갈 때마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살아가는 일이 때로는 기쁘고 즐겁기도 하고, 때로는 괴롭고 힘겹기도 한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올 한해는 견디기 어려웠던 일이 많았다. 지난 해에도 늘 얼굴을 맞대고 형제처럼 가깝게 지내던 후배가 자식을 가슴에 묻으며 피눈물 흘리는 것을 보면서 슬픔의 저끝까지 가보았었다. 그리고 또 올해에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밖에 모르던, 오로지 앞만 보고 일만 하던 후배가 휴직을 하면서까지 목숨 걸고 투병을 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았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던 것은 가족처럼 오랫동안 함께 한 세월 때문이기도 했지만, 내 인생에 대한 두려움과 무기력함 때문이기도 했다. 나 또한 언제 어디서 어떤 불행을 닥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면서 하루하루 매순간 소중한 것들을 놓치면서 아등바등 살아온 것은 아닐까? 나만이 옳다는 생각으로 주변 사람들을 다그치고, 내 생각을 강요하고 힘들게 했는지 모른다. 담배를 끊고 남산을 오르내리며 차분하게 자신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며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 죄짓고 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고 정신차려 보면 또 특별한 일 없는 일상을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터무니없는 욕심이나 기대를 어느 정도는 내려놓을 수 있었다.
다른 어떤 해보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봉사활동을 많이 했다. 시간이 허락하는 주말마다 아이들과 함께 일을 하며 땀을 흘리는 그 시간이 가장 마음이 편했다.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애쓰고 잔소리하는 것보다 함께 밥먹고 일하고 이야기 나누는 그 시간이 편하고 행복했다.
생이 더할수록 거대한 운명이라는 것이 있어, 나라는 존재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이끌려갈 수밖에 없는 미미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세상살이가 더 조심스러워지고 남에게 해를 끼치며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다짐을 한다.
슬프고 막막한 일이 있을 때는 내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저무는 한해를 앞두고 차분하게 한해를 돌이켜 보는 이 시간이 있는 걸 보면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뿐이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그야말로 다사다산했던 한 해였을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비롯하여 아직도 거리를 헤매는 많은 이들. 이런 저런 신산(辛酸)한 삶을 묵묵히 이겨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리고 이들을 도우며 함께 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한다.
한해를 보내며 이 세상의 모든 슬픔과 불행, 고통스런 일들도 모두 다 떠나보냈으면 하는 기원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살지 않는 나 자신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갖는다. 그리고 가장으로서, 교사로서, 우주의 한 자연인으로 나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들과 해야 할 일들을 미루며 살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다른 욕심은 다 내려놓더라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일들은 미루지 말고 욕심부려서 그때그때 꼭 해서 후회하는 일을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중산고등학교의 학생들과 함께 하는 일을 많이 만들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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