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망하려면, 그리고 흥하려면…

장영주 | 기사입력 2015/08/06 [13:49]

나라가 망하려면, 그리고 흥하려면…

장영주 | 입력 : 2015/08/06 [13:49]

▲ (사)국학원 상임고문, 한민족 역사문화 공원 공원장 원암 장영주     ©
1945년 8월 15일, 나라를 되찾아 올해로 70년이다. 광복 70년에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누구는 빈부 격차가 심해져서 사회가 균형을 잃었다고 하고, 지나친 물신 숭배로 들뜬 화려함에 가려져 국민 개개인의 삶에서 행복이 사라졌다고 한다. 정치가들은 자기 붕당과 자신들의 이해타산에 빠져 눈만 뜨면 갈등하면서 결국 가장 ‘큰 가치인 국민과 나라’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삼팔선을 얻은 대신 통일 조국을 잃어버렸고, 남과 북의 극한 대립은 지금까지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다. 그에 따라 남남갈등, 동서갈등, 노소갈등으로 연결되어 나날이 그 틈새가 커지고 있다. 언제 평화가 올지 모르는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대한민국은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얻었다"고 하고 많은 개발도상국은 우리를 본받고자 한다. 그 어렵다는 2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찬미한다. 우리의 드라마와 노래, 춤, 예능 프로그램들은 인기리에 수출되고 한류는 계속 세계를 매혹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도 자신의 아버지 모국에 가서는 한국을 배우라고 권유하고 있다. 우리에 대한 이러한 찬미는 언제까지라도 계속될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한류는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반드시 끝이 있을 터이고, 세월호 사건, 성완종 사건, 메르스 사태로 인하여 국내경기는 침체되고 수출은 계속 둔화되고 있다. 이 마당에 정치권은 느닷없이 국회의원 수의 증가를 놓고 그야말로 국민이 원하지 않는 논란을 계속하고 있다. 드라마 ‘징비록’(懲毖錄)이 다 끝나도록 ‘이제 제대로 징비해보자’는 지도자가 없고 국민적인 공감대가 없다.
 
오래전 동물의 왕국을 보고 지금까지도 뇌리에 박혀 있는 장면이 있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치타들이 싸우고 있었다. 암컷 한 마리를 두고 수컷 두 마리가 피투성이가 되어 싸웠다. 그것이야 본능이라 하겠지만, 문제는 멀지 않은 덤불 속에서 사자가 이를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참 정신없이 싸우던 수컷 치타들도 숨어서 자신들을 노리고 있는 사자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싸움을 멈출 수가 없었기에 결국 한 마리는 죽고 승리한 수컷도 큰 상처를 입었다. 사자는 덩치가 작은 암컷이었으나 손쉽게 빈사의 수컷 치타를 제거하고 그때야 도망치려는 암컷 치타마저 목을 물어 죽여 버렸다. 치타, 표범, 사자는 거의 같은 사냥 공간을 공유하므로 만나면 자신의 새끼를 위해서라도 무조건 공격하는 것이 본능에 입각한 불문율이다. 과연 인간과 국가는 이와는 다를까? 무릇 모든 나라는 흥하거나 망하게 되어 있다. 나라가 흥하려면 망하는 순서로 가지 않아야 한다.
 
나라가 망하려면 국가와 국민이 밖을 보지 않고 안으로만 눈을 돌린다. 글로벌 지도국인 로마가 그러했다. 카이사르 때부터 이뤄진 정복 전쟁이 마무리되자 외부를 향한 긴장보다 이 성공과 열매에 대한 수혜를 누가 어떻게 더 누리느냐로 내부로 집중되게 되고 결과는 천 년 제국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중국의 모든 왕조도 초창기에는 오랑캐 진압을 위한 명분으로 잠시 정복 전쟁에 나서다 곧 문을 걸어 버렸다. 국가보다는 황권만 안정되면 된다는 생각이 더 컸기 때문이다. 지금 시진핑 주석이 실크로드 재건을 들고 나온 것은 이런 한계를 넘겠다는 의지이다.
 
우리는 어떠했는가. 임진왜란, 정유재란 동안 시산혈해(屍山血海)가 된 조선은 불과 30년이 안 되어 또다시 정묘호란, 병자호란을 당한다. 이 모든 환란에 앞서서 반드시 내부의 갈등이 첨예화된다. 왜란은 정여립 반란에 대응하는 선조의 혹독한 반응이 있었고, 호란은 임진왜란이 끝나고 명ㆍ청간 등거리 외교를 하던 광해군을 끌어내리고 명나라에 기울인 인조반정에 기인한다. 내우외환이다. 모두가 내부로 향한 갈등 때문에 외부의 낌새를 모르고, 아니 알고도 내부의 싸움을 그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도 외부로 눈을 돌리자. 평화통일을 위한 ‘통일 대박론’, 마침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맞춤이 된 듯한 ‘유라시아 진출론’이 있다. 일자리가 양산될 것이고 청년실업은 해소될 것이다. 우리는 외국에서 크고 많은 성공을 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우리의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미시적인 내부의 갈등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관점으로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결과를 창조하자. 그것만이 흥하는 나라를 만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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