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 업

강준희 | 기사입력 2015/02/11 [09:04]

졸 업

강준희 | 입력 : 2015/02/11 [09:04]
▲ 강준희 중산고 교사     ©
학교마다 학기를 마치고 새학기를 준비하느라 바쁜 계절이다. 작년의 경우 졸업하는 학생들을 떠나보내는 졸업식 행사를 치르면서 밀가루나 계란을 던지고 교복을 찢는 등의 일탈행위를 하는 학생들이 있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었다. 졸업식장마다 경찰이 배치되는 살풍경이 연출되기도 했고, 생활지도를 맡으신 선생님들이 행사전후에 노심초사하고 교육청에서도 교외생활지도계획을 별도로 세우기도 했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지난 주에 졸업식 행사를 마쳤다. 올해도 졸업식장 입구에 경찰차가 서 있고, 경찰이 식장 주변을 순찰하는 등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다행히 차분하게 잘 끝났다. 요즘의 졸업식이 과거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에 힘겹게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적어서인지 시대가 바뀌어서인지 눈물을 흘리고 숙연한 분위기는 덜하다. 하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 해마다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을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안타까워 한다.

졸업식 행사 중 학생 대표만 받는 졸업장을 학생 개개인 모두에게 전하는 시간을 갖는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충분히 학생 개인이 졸업의 의미를 새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식장의 큰 화면에는 학생 개개인의 사진과 주요 활동 내용이 동영상으로 보이고, 슬픈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누며 이별의 인사를 한다. 학생들은 3년간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이별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수석으로 입학하고 졸업하는 학생이 3년 전 입학식장에서 3년 후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넣은 타임캡슐을 개봉하여 낭독을 하고, 학생회장이 송별사를 읽으면서 분위기는 더욱 숙연해졌다. 졸업식에서 우리 학생들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지역의 언론사에서 취재를 나온 리포터가 눈물을 떨구는 것을 인상 깊게 보았다.

교장선생님도 학교의 성과를 자랑하고 학생들의 행복한 앞날을 축복하는 평범한 내용보다도 인성을 강조한 축사를 하여 더욱 인상 깊었다. 교장선생님은 축사에서 미국의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고등학교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Phillips Academy의 건학이념인, ‘Not for self'(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을 소개하셨다. Phillips Academy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아들 부시 대통령 3부자의 모교로 유명하고, 미국인명사전에 동문 35명 중 1명꼴로 그 이름을 올리고 있음을 볼 때, ‘인성이 곧 자산임을 알 수 있다’는 내용의 축사를 들으며,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그 학교만의 문화와 전통을 만들어 갈 때 학부모의 신뢰와 학생의 모교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 것이다.

어떤 해에는 담임선생님들이 연습을 하여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며 축하를 해준 경우도 있고, 이별 인사를 담은 동영상을 보여준 해도 있었다. 학생들과의 인연을 새기고 아쉬운 이별의 마음을 새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고민하다 보면, 더욱 의미있는 졸업식 행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해도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단지 그 감정을 향유할 문화를 갖지 못했을 뿐이다. 모든 학교들이 감동도 없고 내용도 천편일률적인 졸업식을 할 게 아니라 자신들만의 독특한 졸업식을 한다면 학생도 학부모도 오래 기억이 남는 의미있는 졸업식이 될 것이다. 그 학교만의 특색이 담긴 졸업식 행사를 하면 그 학교의 문화와 전통은 저절로 세워질 것이다. 그러면 알몸 졸업식 등의 추태를 부리는 학생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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