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생(完生)을 꿈꾸는 삶, 미생(未生)을 보며

강준희 | 기사입력 2014/12/02 [13:13]

완생(完生)을 꿈꾸는 삶, 미생(未生)을 보며

강준희 | 입력 : 2014/12/02 [13:13]
▲ 강준희 중산고 교사     ©
삶은 치열한 전쟁이다. 모두에게 그러한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현재 베스트셀러인 윤태호작가의 웹툰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에게는 그렇다. 누구에게는 삶이 축복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지만 취직을 앞둔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삶은 경쟁일 수밖에 없다. 미생이 최근 책뿐 아니라 TV 드라마로도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을 보면 현실을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이 장그래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TV드라마를 보면서 공감하는 이들은 누구나 학창시절 내내 내신성적으로 인해 치열한 경쟁에 상처를 받고 직장생활을 위한 취직과 승진 과정에서의 생존의 과정을 떠올린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고통과 시련을 감수하고, 때론 좌절도 하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드라마 속 장그래의 현실이 곧 나의 현실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장그래를 비롯한 상사의 직원들의 삶에 공감하고, 그들과 희비(喜悲)를 함께 하면서 재미를 느낀다. 드라마 속 인물들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고, 장그래를 응원하면서 나 자신의 삶에 파이팅을 보내며 위안을 찾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의 현실은 전쟁 속에서의 치열한 경쟁의 삶이기에, 바둑에 비유된다. 한 수 한 수 바둑돌을 던지며 상대의 허를 찌르고, 내 영역을 확대하면서 생사(生死)를 다투는 바둑판에 놓인 바둑돌이 나일수도 있고, 내가 세상을 향해 던진 절묘한 한 수일 수도 있다. 우리는 아무리 발버둥쳐 보아도 바둑판의 승부를 벗어날 수밖에 없는 암울한 현실을 살고 있다.

원작에 충실한 드라마를 보는 내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따뜻한 인간애와 장그래의 작은 승리의 과정들을 통해 공감을 하거나 희열을 느끼기도 하지만 마음은 늘 무겁다. 주인공 장그래는 검정고시 출신에 취미도 특기도 없지만 신중함과 통찰력, 따듯함을 지닌 합리적이고 배려심 깊은 상사들을 만나 일을 배워가고,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입사 PㆍT 시험을 거쳐 계약직이지만 정식사원이 된다. 함께 나오는 안영이나 한석률, 장백기, 김대리,박과장 등도 모두 좋은 학벌에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갖추고, 어려운 외국과의 무역 거래를 성사시키는 등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어찌 보면 치열한 경쟁사회에 살고 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성공적인 성취의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하루하루의 일상은 경쟁과 과로의 연속이다.

뛰어난 학벌과 능력을 갖춘 젊은이가 여자라는 이유로 부서의 일에서 배제되고 커피심부름이나 하고 성희롱을 당하거나, 능력이 뛰어나도 정식 사원이 되지 못하고, 많은 계속되는 야근에 개인적으로 취미활동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없다. 매일 일찍 출근하여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일과 영업적인 만남, 술자리가 반복된다.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던 이유가 치열한 생존경쟁이 계속되는 비인간적인 근무 환경보다도 이들의 삶이 행복해보이지 않아서였다. 몇 날 며칠 밤을 새우고 피나는 노력 끝에 계약을 성사시켜 보너스도 받고 인정도 받고 승진을 하고 많은 보수와 성과금을 받고 성취감을 맛보지만 결국 그들의 일상은 또다른 경쟁과 일에 매몰될 뿐이다. 장그래가 그렇게 치밀하게 노력하지만 결국 정식사원이 되지 못하는 것처럼, 노력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현실 때문에 슬프다. 물론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극대화하여 보여준 것이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가 적응하고 경쟁하고 도전을 해야만 하고, 우리의 삶이 일뿐이고 하루하루의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남았는지를 복기해야만 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불행할 것인가? ‘미생’은 아직 살아남지 못함을 뜻한다. 누구나 완생을 꿈꾼다. 하지만 치열한 생존경쟁의 삶 속에서가 아니라, 각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의 완생을 꿈꾸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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