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강준희 | 기사입력 2014/05/07 [09:24]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강준희 | 입력 : 2014/05/07 [09:24]
▲ 강준희 중산고 교사     ©
어김없이 푸르른 오월이 왔다. 푸르른 하늘과 신록이, 아프도록 시리다. 하지만 달력은 4월 16일 잔인한 그날에 멈추어져 있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수많은 어린 목숨들을 성난 물결 아래 묻은 그날. 아직도 우리는 그날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누구를 탓하고 원망하기에는 죄책감이 너무나 크다. 모두가 내 잘못이다. 소중한 목숨들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이 사회를 만든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여객선이 침몰하도록 화물을 실은 것도, 아이들을 위험 속에 두고 선장과 선원들이 먼저 빠져 나온 것도, 침몰해가는 배를 지켜만 보고 아무런 대응도 못해 눈뜨고 소중한 목숨들을 잃은 것도, 단 한 명도 실종자를 구하지 못한 것도, 잘못된 언론과 행정관료들의 대처도, 모두 우리 잘못이다. 재난과 위험을 대처하는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우리 잘못이다.

지금도 팽목항에서는 실종자 가족들이 행적을 모르는 아이들을 애타기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들은 충격과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가 이토록 무기력하고 절망적인 사회였는가, 하는 비탄으로 국민 모두가 큰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다. 이유를 알 수도 없이 체험학습을 떠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하나의 목숨이라도 살리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 유가족들에게 우리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미리 미리 안전을 점검하지 못하고, 재난 발생시 초등 대처를 못하고, 우리 사회 곳곳에 위험요소를 방치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 크다.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재난이 있었고, 아직도 재난 발생 요소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점검하고 대비해야 한다. 부정과 비리 속에서 기득권을 갖고 있는 이들의 기득권을 위하여 타협하고 눈감아주는 관례를 과감히 척결해야 한다. 여객선이나 비행기,철도 등 대형사고의 우려가 있는 곳뿐 아니라, 건물, 식당 위생, 학교, 소방 도로 등 모든 곳에 대한 안전점검은 정기적으로 반드시 제대로 실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고,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대충 넘어가는 일은 없도록 해야한다. 해양경찰이나 행정안전부의 썩어빠진 관료들의 보신주의, 행정편의주의도 이번 이회에 모두 척결할 수 있어야 한다.

돈보다도 사람의 목숨이 우선이고, 자라나는 어린 생명들이 마음 편하게 뛰어 놀고 배우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래야 이 사회에 희망이 있다. 누군가의 잘못을 탓하기 이전에 모든 이들의 마음가짐과 관련법규를 제대로 재정비해야 한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아이들을 ‘가만히 있으라’하고 어른들만 살겠다고 빠져나가고, 사람보다 배가 우선이고, 잘못을 가리는게 우선인 이런 말도 안되는 사회를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서는 안된다.

차오르는 물 속에서 아이들은 죽어가고 있는데 아무런 대처도 못하고 누구의 잘잘못만을 따지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고 말도 안되는 상황인가? 대통령이나 정부, 경찰, 기업, 언론, 학교, 그 누구의 잘못을 탓하기 이전에 우리 사회를 이모양으로 만든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정치적 무관심, 나 혼자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무한 이기주의와 무한 경쟁을 재생산하고 있는 이 사회를 방치한 모든 어른들의 잘못이다. 세월은 흐르고 또 우리도 살기 위해 발버둥치면서 잔인한 사월이 잊혀질지 모르겠지만, 우리 마음 속의 미안함, 죄책감마저 잊고 산다면 우리는 또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 그동안 많은 재난이 반복되었지만 이번만큼은 확실하게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제도를 정비하여야 한다. 비탄 속에 빠진 유가족들을,절망의 우리 국민들을 두 번 죽여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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