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마음

강준희 | 기사입력 2014/04/15 [13:16]

기도하는 마음

강준희 | 입력 : 2014/04/15 [13:16]
▲ 강준희 중산고 교사     ©
누구나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바가 있거나 절박한 상황이 되면, 누구에라도 기대어 호소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집안이나 회사에 큰일을 앞두고 있거나, 가족에게 중요한 일이 있거나, 국가 대소사 등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평소에 찾지 않는 점술인을 찾아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전국의 유명한 사찰이나 소원바위 등을 찾아 절실하게 기도를 한다.

몇 년 전 가을 설악산 단풍 구경을 갔다가 차가 밀려 낙산사쪽으로 발길을 돌린 적이 있었다. 그때 놀랐던 것은 낙산사 해수관음상 앞에서 불공을 드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한쪽에는 단풍구경을 온 행락객들이 북적였지만, 그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구름처럼 많은 이들이 해수관음상앞에서 절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알고 보니 수능을 앞두고 수험생 부모들이 수능백일 기도를 드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스님조차도 염불을 외며 불공을 드리는 이들과 함께 절을 하고 있었다. 그때는 그들의 절실함이 가슴에 와 닿지는 않았다.

재작년에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하면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앞두고 수능시험을 보고 면접이나 논술시험을 보러 가고 합격 소식을 접하는 과정에서, 그 간절한 마음을 얼마나 간절한지를 많이 느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오랫동안 공부하고 뒷바라지한 부모와 학생의 마음을 크게 느낄 수 있었고, 대학 진학이 인생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는 생각에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안타깝고 애절하고, 그 절실함은 더욱 컸었다.

그 때 불자도 아니면서, 아이들을 수능장에 들여 보내고, 월악산 마애불에 가서 한참을 기도하고 왔다. 작년에는 자식이 고등학교 3학년으로 대학 진학의 험난한 과정을 애타게 지켜보며 일년 내내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어디서도 나쁜 짓을 해서도 안될 것 같았고, 내가 공덕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착하게 살았다. 다른 사람의 마음도 배려하게 되고, 남에게 상처되는 말을 피하게 되었다. 누구의 가슴에도 못박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저절로 났다.

그리고 또 올해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이 되면서 그 과정에서 느꼈고 배운 바가 커서, 한 해의 시작부터 마음이 경건해진다. 아이들이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고생하고 있는지를 매일 지켜보고 있으니, 이 아이들을 위해 무어라도 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생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는 교사로서, 대학진학을 앞두지 않더라도 늘상 가져야 하는 마음자세여야 하겠지만, 입시를 목전에 앞두고 있는 급박한 상황이어서인지 그 마음이 더하다.

부모의 심정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올 한 해도 살고자 한다. 올 한 해뿐 아니라 이제는 매년 그래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공부를 대신 해줄 수 없으니, ‘소설 태백산맥’이라는 책을 필사하기로 했다. 책을 옮겨 적으면서 함께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목표를 정하고 어렵고 힘든 과정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이며 ‘너희들도 힘내라’는 응원을 하고자 한다. 좋은 작품을 필사하면서 어지러운 마음의 갈등도 차분하게 정리하는 시간도 갖고, 문학을 배우고 가르치는 입장에서 훌륭한 문학적 표현도 익히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불자는 아니지만, 매일 백팔배라도 하면서 이 땅의 모든 고 3 수험생들과 부모님들의 간절하고도 힘겨운 마음을 나누고자 한다. 우리 모두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이땅의 비겁한 일은 사라지고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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