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노래하자

강준희 | 기사입력 2014/03/25 [14:18]

봄을 노래하자

강준희 | 입력 : 2014/03/25 [14:18]
▲ 강준희 중산고 교사     ©
미당 서정주 시인은 일찍이 봄을,

‘복사꽃 피고, 복사꽃 지고 뱀이 눈뜨고 초록색 비 무쳐오는 하늬바람 우에 혼령있는 하늘이여, 피가 잘 도라 아무 병도 없으면, 가시내야 슬픈 일 좀, 슬픈 일 좀 있어야겠다.’고 노래했다.

날이 풀리면서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꿈틀거리며 잠에서 깨고, 세상의 온 나무들이 생명을 움트기 위해 기지개를 펴듯 스멀스멀 새싹을 틔우려는 간지럼 같기도 한 이 봄날의 서정을 ‘슬픈 일이라도 좀 있어야겠다’고 표현했는데, 새삼 절창(絶唱)임을 느낀다.

나른한 봄날에 햇살은 포근하고, 이제 막 새싹들을 밀어 올리는 온갖 생명들과 꽃봉우리를 터뜨리고 있는 자목련과 모든 나뭇가지의 푸른 기운들을 보면, 무언가 내몸의 양어깨에서 날개라도 솟아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움츠렸던 몸을 펴고 어디론가 떠나기라도 해야할 것만 같다.

봄이다. 또 시작이다. 누구는 한 해의 시작을 1월 1일로 보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새학기가 시작하는 3월이 새로이 시작하는 때이지만, 나에게 있어 한 해의 시작은 꽃이 막 피기 시작하고, 방에서 나와 산을 찾고 야외 운동을 하기 시작하는 이맘 때쯤이다.

지난 겨울잠은 오래도록 길었다. 일상을 살았을 뿐, 진정 산다는 느낌으로 무언가를 의욕적으로 계획하고 추진하지 못했다. 그저 책을 읽거나 술을 마시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방안에 갇혀 있었을 뿐이었다. 방밖의 세상은 먹고 살기 위해 잠시 일하러 나왔다 들어가는 곳이었을 뿐이다. 어느새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루어 놓은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줏대 없이 오래도록 끌려다니기만 했다는 자괴감으로 지난 겨울은 고통스러웠다. 새로운 만남은커녕 그동안의 인연에도 지쳐 많은 모임도 피하고 내면에만 침잠하고 있었다. 몸마저도 망가지고 있는지 손발이 붓고, 여기저기서 이상신호가 왔다. 병원에 가서 약을 타먹고, 의사선생님의 주의를 듣고도, 그저 무심하게, 몸과 마음을 망쳐가며 한 겨울을 보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할 것인가 막막하기만 한 나날들이었는데, 며칠 전 비가 내리고 날이 풀리면서 가라앉았던 몸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TV에서 남도의 꽃소식을 보고 난 뒤였는지, 어머니 호출로 고향집에 들렀다가 마늘밭에 난 푸른 싹을 보고난 뒤였는지, 고향 집 대문 지붕 위의 푸른 다래잎을 보고 난 뒤부터였는지 모른다. 아니 달천에서 시내로 나오는 들녘의 아지랑이에 현기증을 느끼고 난 뒤부터였는지 모른다.

그 때부터 자꾸만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야할 것만 같은 충동을 느꼈다. 달래강변이나 모시래 들녘을 지치도록 걷고, 호암지 주변이라도 뛰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충주댐 벚꽃들이 꽃망울을 틔우지는 않았는지 달려가 보고 싶었다. 이런 충동을 느끼면서 아, 아직 내가 죽지 않고 살아있구나 하는 다행스런 생각이 든다. 또 이렇게 한 해를 시작하는구나.

지난 겨울이 유독 힘겨웠기에 이 봄이 더 감격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봄비 내리는 들로 산으로, 꽃피는 세상으로 힘껏 달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론가 떠나서 새로운 만남이라도 갖고, 무슨 일이라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든다.

봄이다. 어디론가 떠나자. 아무라도 만나자. 피가 잘 도니 가만히만 있지 말고, 무슨 일이라도 저질러 보고, 사는 것처럼 살아보자. 우리 모두 봄을 노래하자. 인생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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